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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돋보기] 속리산(俗離山)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속리산은 오래전부터 광명산(光明山)·지명산(智明山)·미지산(彌智山)·구봉산(九峯山)·형제산(兄弟山)·소금강산(小金剛山)·자하산(紫霞山)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속세와 떨어진 산이라고 해서 속리산으로 불린 이 산은 봉우리 아홉이 뾰족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속리산은 한국 팔경 중 하나로 불린다.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그야말로 경치가 빼어난 산이기도 하다.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속리산은 산세가 웅대하고 꼭대기는 모두 돌봉우리가 하늘에 나란히 솟아서, 옥부용(玉芙蓉)을 바라보는 것 같아 세속에서는 소금강(小金剛)이라 부른다고 기록돼있다.

높이는 1058m이다. 태백산맥에서 뻗어나온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한다.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군데군데 섞여 있다.

최고봉은 천황봉이고,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 등 8개 봉우리와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 등 8개의 대가 있다.

▲ 속리산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화재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 법주사를 구경하지 않고 속리산만 등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4천원이 다소 아깝기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속리’라는 지명이 붙게 된 것은 784년(신라 선덕여왕 5)에 진표 대사가 이곳을 방문하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라면서 속세를 버리고 진표 대사를 따라 입산 수도를 했는데, 이를 따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속리산에는 조선 ‘세조’ ‘정조’와 관련된 역사적 내용이 많이 있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원로대신 김종수가 속리산으로 장기여행을 떠나자 ‘봉조하 김종수 속리지행 삼수(贈奉朝賀金鍾秀俗離之行三首)’라는 시를 지어 빨리 조정으로 돌아오길 기대했다.

시의 내용은

金剛携酒鐵圓詩

離俗之行又俗離

滿道黃花秋意晩

冥鴻天畔問歸期

금강 갈 적 술 주고 철원엔 시 줬는데

세속 떠난 행차 또 속리산으로 갔구려

길 가득한 국화는 늦가을에 완연한데

하늘가의 기러기 돌아올 기약 묻노라

고려 충숙왕 때 인물인 김구용은 속리사의 정토 공간에 찾아와 ‘俗離寺’라는 시를 남겼다.

達磨岩畔一燈明

開戶燒香思更淸

獨坐夜深無蒙寐

窓前流水雜松聲

달마암 가에 등불 하나 밝혀두고

문열고 향사루며 마음 다시 맑히네

홀로 깊은 밤 앉아 잠 못 이루자니

창 앞 물소리 솔바람과 함께 들리네

실학자 성호 이익은 친척 이성환이 보은현감으로 나가자 ‘족손(族孫) 천장(天章)에게 주다’라는 시를 선물했다.

昔我遊松源

遙瞻俗離山

嵯峨倚靑空

縞白露層巒

始信雲冪峀

終覺玉爲顔

예전에 내가 송원에서 노닐 때

멀리 속리산을 바라보았지

높이 솟아 푸른 허공에 섰고

흰구름 속에 봉우리 드러났네

구름이 봉우리에 장막을 친 줄 처음 알았고

옥이 산의 얼굴이라는 것을 처음 마침내 깨달았다

▲ 조선 세조가 목욕소에서 목욜을 하자 피부병이 나았다고 한다.

조선 세조와 속리산을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세조는 피부병이 자주 걸린 임금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곳곳에서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오대산 관대걸이가 유명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피부병에 시달렸던 세조는 오대산 상원사에서 매일 계곡물에 목욕을 하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동자승이 지나가기에 등을 씻어달라고 한 후 “너는 어디가서 왕의 옥체를 씻어줬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하자 “대왕은 어디가서 문수동자를 친견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후 피부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세조는 재위 10년 요양 목적으로 온양, 청원을 거쳐 속리산을 방문한다. 또한 속리산 목욕소에서도 목욕을 했다. 세조는 이곳에서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목욕을 했는데 약사여래의 명을 받은 월광태자라는 미소년이 나타나 “피부병은 곧 완쾌될 것이다”라고 한 후 사라졌는데 몸의 종기가 사라졌다고 해서 목욕소라고 부른다.

이런 전설들이 내려오는 것으로 보아 세조는 피부병에 자주 걸린 것으로 보이며 피부병을 낫게 하기 위해 명승지를 다닌 것으로 보여진다.

▲ 정이품송

세조는 속리산을 가던 중 길목에 있던 소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소나무에 임금이 타는 가마인 연이 걸리자 ‘연걸린다’고 하자 신기하게도 늘어져있던 가지가 스스로 올라갔다. 또한 돌아가는 길에는 근처에서 갑자기 비가 와서 일행이 이 소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고 한다.

이에 세조는 “올 때는 신기하게 나를 무사히 지나도록 하더니 이제 갈 때는 비를 막아주는 참으로 기특하도다”라면서 이 소나무에게 정이품의 품계를 하사했다. 이에 이 소나무가 ‘정이품송’이 된 것이다.

▲ 법주사 초입
▲ 법주사 풍경
▲ 법주사 풍경

속리산에는 법주사라는 절이 있다. 신라 법흥왕 14년(553년) 의신조사가 처음으로 창건한 절로 문장대와 함께 속리산을 대표한다.

법주사라는 뜻은 부처님의 법이 머무는 사찰이라는 뜻이다. 창건 이래로 여러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쳤다. 성덕왕 19년(720)과 혜공왕12년(776)에 중창하였는데 이때부터 대찰의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고려에 들어서도 그 사세를 이어 홍건적의 침입때는 공민왕이 안동으로 피난을 왔다가 환궁하는길에 들르기도 했고 조선 태조는 즉위하기 전 백일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이후 정유재란때 충청도 지방 승병의 본거지였다 하여 왜군들의 방화로 모조리 불에 타버렸으며 그후 사명대사가 대대적인 중건을 시작해 인조 4년(1626)까지 중창이 마무리 됐으며 이후에도 여러차례 중수를 거친 후 오늘에 이른다.

예전 법주사 가람배치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화엄산앙축과 용화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미륵신앙축이 팔상전에서 직각으로 교차하고 있었으나 1990년에 높이가 33미터에 이르는 청동 미륵불을 조성하면서 그 배치가 흩어져 버렸다.

▲ 문장대에 오르면 비석이 등산객을 반겨준다. 이 비석을 보면 가빴던 숨이 저졸로 고르게 된다.

속리산의 백미는 문장대이다. 천황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이지만 사람들은 천황봉보다 문장대를 많이 찾는다. 그 이유는 문장대를 3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문장대에 서면 산 절경이 한눈에 펼쳐지고 속세의 모든 것이 보인다.

문장대는 조선 세조가 이곳에서 하루종일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이 있어 이를 읽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피부병을 앓고 있는 세조가 문장대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과연 세조가 혼자의 힘으로 등산을 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아마도 가마에 의해 등산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문장대에서 바라본 풍경

문장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체력이 상당히 뒷받침해줘야 한다. 문장대는 등산 초보자도 오를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는 그리 높지는 않다. 다만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문장대로 등산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지만 많은 체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문장대에 오르기 전에는 세심정을 거쳐서 간다.

▲ 세조길

최근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세조길’이라고 해서 최근에 탐방길을 만들었다. 이 탐방길은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등산이 어려운 사람도 산책을 하면 좋을 정도로 정비가 잘돼있다. 때문에 가족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심정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른 산행길과 달리 세심정에서 문장대까지는 ‘딱’ 한번의 내리막만 있을 뿐 계속해서 오르막길만 있다. 그렇다고 해서 등산을 전문적으로 요구하는 그런 가파른 오르막은 아니다. 대신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심장이 약한 사람은 자신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귀가 먹먹해지는 그런 경험을 할 것이다.

때문에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문장대까지 오르고 싶다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오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문장대에 오르면 그야말로 넓은 세상이 펼쳐진다. 문장대에 오르면 세상의 모든 풍경이 들어오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문장대에 오르기 전에 넓은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먹는 ‘라면’ 맛도 상당히 좋다. 때문에 보온병과 컵라면을 필수로 지참해서 등산을 하기를 바란다.

어기선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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