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경기장 딱딱한 빙질, 엉망인 빙질로 미끌·꽈당…경기장 빙질 문제 심각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3조 경기에서 한국 최민정이 코너를 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왼쪽은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3조 경기에서 한국 최민정이 코너를 돌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왼쪽은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세계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이 최악의 경기장으로 인해 선수들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8일 한국 설상(雪上) 종목 최초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상호(27·스노보드)가 새로운 난적과 싸워야할 입장이 됐다. 경기가 열리는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시의 겐팅 스노우파크 코스는 코스경사가 완만해 이상호에게는 낮선 환경이다. 특히 완만한 코스는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장자커우시 날씨는 온종일 ‘맑음’을 유지하고 있어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궁여지책으로 전부 기계로 만든 ‘인공눈’을 살포할 수밖에 없다. 눈 제조기로 만든 인공눈의 경우 손가락으로 눈을 집으면 빠져나갈 정도로 ‘푸석’ 하고 설탕 가루처럼 흩어졌다. 눈 뭉치를 만들어보려 해도 금세 부서졌다. 인공 눈은 천연 눈과 결정체가 달라 잘 뭉쳐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베이징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에서 넘어지는 선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비단 설상 종목뿐만 아니라 빙상(氷上) 종목에서도 최악의 경기장으로 인해 넘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 동계올림픽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에서 석연찮은 판정과 고르지 못한 빙질 등 악재로 인해 희생양이 됐다.

빙상 종목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은 딱딱한 빙질로 인해 얼음이 잘 깨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 경기장 내부는 건조해 코스의 얼음이 잘 파이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이 얼음에 날이 걸려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변수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경기장 빙질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23·강원도청)은 “빙질의 성질이 계속 변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경기장을 설명했다.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한국 이준서와 부딪힌 헝가리 사오앙 류가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한국 이준서와 부딪힌 헝가리 사오앙 류가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빙상 종목이 첫 경기인 쇼트트랙 첫날부터 매 경기 미끄러져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비슷한 구간에서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하면서 경기장 관리가 엉망인 상황이라는 것으로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경기 첫날인 지난 2월 5일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서 첫 도입된 쇼트트랙 2000m 남녀 혼성계주에서 한국은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박장혁(23·스포츠토토), 황대헌으로 팀을 구성해 초대 챔피언에 도전했다.

준준결승 1조에서 경기를 펼친 한국팀은 레이스 초반부터 앞서나간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3위로 달리며 호시탐탐 순위 역전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박장혁이 코너를 돌다 얼음에 걸려 넘어졌고 아쉽게 순위 경쟁에서 멀어지며 준결승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한국 혼성계주팀이 넘어지기 전, 개인전 예선에서도 이탈리아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걸려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이로 인해 재경기가 열리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여자 500m 세계 랭킹 1위인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 역시 혼성계주 준결승서 넘어져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선수들 말에 따르면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의 빙질은 다소 딱딱한 상태로 적응이 까다롭다고 호소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박장혁이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박장혁이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2월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넘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7일 쇼트트랙 2일차 경기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빙질은 계속 문제가 되는 모습이다. 여자 500m 준준결승부터 빙질 때문에 미끄러지는 선수가 속출했다.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부터 거의 1조도 빠짐없이 한명 이상의 선수가 미끄러졌다. 매 경기마다 비디오판독을 거쳐야만 했다.

특히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최민정도 희생양이 됐다. 3조에 편성된 최민정은 2000m 혼성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장위팅, 이탈리아의 살아있는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피아 프로스비르노바, 벨기에 한느 드스멧과 경쟁했다.

2위로 스타트를 끊은 최민정은 세계 1위인 아리아나 폰타나와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막판 곡선주로에서 별다른 접촉 없이 미끄러졌다. 최민정은 빙판을 손으로 내리치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 후 최민정은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서 아쉽다. 1000m와 여자 3000m가 남았으니까 잘 준비하겠다. 속도나 컨디션은 크게 이상이 없다. 다른 팀원들과 잘 준비하겠다”며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결과로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시작한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도 박장혁이 미끄러졌다. 1조 3위로 출발한 박장혁은 우다징이 다른 선수에 밀려 코너에서 트랙 바깥쪽으로 벗어나자 2위로 올라섰지만 이내 미끄러졌다. 그대로 빙판 위에 드러누운 박장혁은 결국 들것에 실려 나왔다. 영상판독 결과 같은 조 선수 반칙으로 준결승 진출이 확정됐으나 왼쪽 손가락 윗부분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했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아직 6종목이나 남아 있다. 이미 빙상 종목 출전 선수들 사이에서는 빙질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팀은 중국에 편파판정과 더불어 최악의 빙질과 싸워야하는 입장이 됐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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