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1000m서 편파판정으로 실격→1500m에서 실력으로 금메달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를 지키며 코너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를 지키며 코너를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통쾌한 질주로 금메달을 따며 반칙과 편파판정의 대명사인 중국을 실력으로 당당하게 응징했다. 그야말로 묵은 때를 시원하게 밀어낸 승리였다.

특히 황대헌은 7일 열린 1000m 준결승에서 조 1위로 들어오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실격당한 아쉬움도 실력으로 이겨냈다. 황대헌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아픔으로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겪었던 심판 편파 판정 논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강한 멘탈을 드러냈다.

황대헌은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 9초 219의 기록으로 스티븐 뒤부아(25·캐나다·2분 9초 254), 세묜 옐리스트라토프(32·러시아올림픽위원회·2분 9초 267)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계올림픽 사상 한국의 25번째 쇼트트랙 금메달 영예를 누리게 됐다.

레이스 초반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황대헌은 결승선 9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거침없이 추월, 1위로 올라선 뒤 내내 다른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판정 시비가 벌어지지 않게 아예 아웃코스를 공략한 완벽한 전략이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대표 효자 종목 지위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차지했다.

결승에 함께 진출한 이준서(22·한국체대)와 박장혁(23·스포츠토토)은 각각 5위와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황대헌은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흠 없는 완벽한 질주로 우승해 한국선수단에 베이징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아무도 제게 손대지 못 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깔끔한 경기 중에 가장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전략으로 플레이를 했다”며 “1000m 경기도 깔끔한 경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더 깔끔한 경기를 준비했다. 내가 치렀던 경기 중 가장 뜨거운 경기를 펼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생에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2위 스티븐 뒤부아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10명이나 되는 훌륭한 스케이터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최선을 다했고 좋은 스케이트를 탈 수 있도록 함께한 모든 경쟁자들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초반 이탈리아 선수(유리 콘포르톨라)가 치고 나가면서 경기가 의도치 않게 빠르게 전개됐다. 이후 한국 선수(황대헌)가 뭔가를 준비하더니 속도를 내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 박장혁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이준서, 박장혁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많은 스케이터와 함께 타다가 실수를 해서 밀리면 기본적으로 끝이였다”며 “나는 내가 앞쪽에 있어야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쉽게 앞으로 가는 길을 찾았고 한국 선수를 따라 은메달을 지켜냈다. 계주에서 바통을 주고받듯이 황대헌을 따라 달렸는데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세멘 옐리스트라토프까지) 상위 3명이 아마도 마지막 6바퀴는 나란히 질주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결승선까지 너무 멀어서 황대헌이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중간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뭐 어떠냐’는 심경으로 따라갔더니 2위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황대현을 따라가는 전략으로 은메달을 획득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한국 첫 금메달이 나온 쇼트트랙 경기 시청률 합이 40%대를 기록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24분 지상파 3사가 중계한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 시청률 합은 40.8%로 집계됐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는 SBS는 박승희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 MBC는 안상미 해설위원과 허일후 캐스터, KBS는 이정수·진선유 해설위원이 경기 중계를 맡았다.

이날 결승전 시청률을 각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SBS TV 19.9%, MBC TV 10.7%, KBS 2TV가 10.2% 순이었다. 광고주 주요 타깃으로 꼽히는 20∼49세 시청률도 SBS TV가 9.8%로 가장 높았고 이어 MBC TV 3.8%, KBS 2TV 3.2%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안중혁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이영석 코치.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안중혁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이영석 코치. /사진=연합뉴스

시청률이 높았던 만큼 축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간판 황대헌이 중국의 홈 텃세를 뚫고 한국 선수단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에는 축하 글이 쇄도했다.

쇼트트랙에서 벌어진 편파 판정 논란에 태극전사들과 함께 분노했던 ‘배구 여제’ 김연경(34)과 글로벌 인기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첫 금메달 소식에 함께 기뻐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황대헌의 마지막 바퀴 금빛 질주 영상을 게시한 뒤 금메달, 태극기, 박수치는 손 모양의 이모티콘으로 화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황대헌의 쾌거를 축하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냈던 김연경은 황대헌의 금메달에 누구보다 통쾌해했다.

RM도 황대헌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을 올리고 ‘존경한다’는 의미의 “RESPECT!”를 덧붙였다. RM은 지난 7일 황대헌이 준결승에서 두 명의 중국 선수를 추월하고 1위로 나서는 순간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며 박수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이모티콘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에 중국 누리꾼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공식 SNS를 찾아 구토하는 이모티콘으로 댓글 창을 도배했다. 악플 세례에도 RM은 굴하지 않고 베이징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의 순간을 함께하며 감격을 드러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이 지난 2월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캐피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은 황대헌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며 “1000m의 억울함을 한방에 날려 보낸 쾌거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의 ‘겁 없는 막내’가 베이징의 ‘에이스’가 됐다”면서 “탁월한 스피드와 순발력뿐만 아니라 노련한 레이스 운영이 단연 돋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쇼트트랙은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보여줘 정말 고맙다”며 “오늘 보여준 눈부신 역주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선수단에도 큰 격려가 될 것이다”면서 “선수들이 남은 경기를 더욱 멋지고 늠름하게 즐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이 오메가 ‘베이징 2022’ 올림픽 에디션 시계를 부상으로 받는다.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인 오메가는 10일 “한국의 첫 금메달리스트 황대헌에게 베이징 올림픽 스페셜 에디션인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베이징 2022 시계를 선물한다”고 밝혔다.

오메가는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대회 첫 금메달리스트에게 오메가 시계를 선물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을 따내는 남녀 선수에게 700만원 상당의 베이징 2022 올림픽 에디션 시계를 수여한다.

수여 행사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자 첫 금메달 주인공이 나오고 귀국 일정이 잡히면 추후 수여식 행사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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