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 게양 퍼포먼스 때 소수민족 조선족 여성 한복 입고 나와 논란
식전 행사 때 CCTV는 조선족 소개·상모 돌리기 방영…동북공정 진행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지난 2월 4일 밤 열린 전세계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한 노골적인 한국 문화 침탈이 진행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식전 행사에서 중국 관영매체 CCTV는 길림에 사는 조선족을 소개하면서 상모를 돌리고 장구를 치는 모습을 방영했다. 한국 고유의 문화가 마치 중국 전통문화인 것처럼 표현해 문화 침탈을 노골화한 셈이다.

또 개막식에서는 한복이 사회 각계 대표,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이 여성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 전달식에 참여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한복’(hanbok)을 한국의 전통의상으로 올렸는데도 중국이 자신들 것이라며 주장하며 문화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지린성 옌볜 가무단 여성 100여 명이 한복을 입고 아리랑 민요에 장구춤을 선보여 논란이 됐다.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며 상모돌리기를 하며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장면이 등장해 ‘문화공정’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중국은 수년 째 한복은 ‘한푸’(漢服), 김치는 ‘파오차이’(泡菜)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미명하에 역사 왜곡 및 문화 침탈을 진행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중국정부의 핵심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에 설치한 중국변강사지연구센터(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가 동북지역의 3개 성(省)과 연합해 시작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통일적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변강을 안정시키고 민족을 단결시켜 사회주의 중국의 통일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된 학술연구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의 이 연구가 한국의 역사 형성과정을 부정하고 역사 왜곡을 시키고 있다. 한국 고대사와 관련된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현상을 자국의 영역 안으로 편입하려고 공작을 펼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역사는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 역시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미 중국은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평양까지 이어져 있는 지도를 대내·외에 배포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은 역사 동북공정뿐 아니라 문화공정을 통해 조선족이 사용하고 있는 한글은 중국이 원조다라며 우기는 것부터 시작해 김치, 한복, 갓, 태권도, 판소리, 아리랑, 삼계탕까지 모두 한국의 고유 문화를 중국의 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11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 내에 ‘효녀심청 공원’, ‘심청이 마을’, ‘심청테마파크’ 등이 생긴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으며 한민족의 민족저항 시인 윤동주(1917∼1945)의 국적을 ‘中國’(중국), 민족을 ‘朝鮮族’(조선족)으로 표기한 바 있다.

또 국내 관광지에도 과도한 역사 재해석, 가공, 조작으로 역사문화관광 마케팅을 벌이는 몇몇 지자체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지역별 차이나타운 건설과 중국인들의 한국 토지 매입 등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개막식에서 문화 동북공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는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이번 개막식에서 한복이 등장한 것과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우려했던 부분이 또 터지고 말았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왔다”며 “우리가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더 널리 진실을 알려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서 교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당당히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 널리 소개할 좋은 기회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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