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편파판정, 최악의 빙질과 시설, 엉망진창인 대회 운영
한복논란·문화공정·동북공정·이중국적·인권탄압 등 지적
러시아, 금지약물 복용 논란…女피겨 순위 조작 가능성 제기
공산주의 국가만 신난 올림픽…외신들 “스캔들 올림픽” 혹평
차기 대회 4년 뒤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에서 개최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기억의 순간, 버드나무로 전하는 작별. /사진=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기억의 순간, 버드나무로 전하는 작별.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최악의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끝났다. 전세계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이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마무리됐다.

중국 베이징(北京·Beijing)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지난 2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 폐회식까지 17일간에 걸쳐 열전을 펼쳤다. 4일 개회식 이전에 2일부터 일부 종목 경기가 열렸던 것까지 더하면 19일간의 ‘지구촌 스포츠 큰잔치’였다.

이번 올림픽은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를 대회 슬로건으로 91개 나라, 29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7개 종목에서 총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실력을 겨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등 더운 나라에서도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고 출전 선수의 여자 선수 비율은 2892명 중 1314명(45.4%)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종합 1위는 노르웨이가 차지했다. 노르웨이는 금메달 16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를 휩쓸며 총 37개의 메달을 따냈다. 동계올림픽에서 한 국가가 16개 이상의 금메달을 가져간 것은 이번 노르웨이가 사상 처음이다. 2018년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종합 1위에 올랐던 노르웨이는 2개 대회 연속 종합 1위의 영광도 누리게 됐다.

독일(금12·은10·동5)이 그 뒤를 이운 가운데 개최국 중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인 3위를 거뒀다. 중국은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16위(금1·은6·동2)에 그쳤다.

이어 미국(금8·은10·동7)과 스웨덴(금8·은5·동5), 쇼트트랙에서 강점을 보인 네덜란드(금8·은5·동4)가 각각 4, 5, 6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9개를 따낸 일본은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14위를 기록했다. 이는 대한체육회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성적이다. 당초 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2개로 15위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태극기 들고 폐회식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태극기 들고 폐회식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대회 개막 전과 초반에는 경기 외적인 논란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이 세계적 유행이 2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O/ο)의 확산세까지 겹치면서 전염병의 악재로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에 미중분쟁에 이어 중국 내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홍콩, 마카오 등의 인권 탄압 문제, 대만 및 동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위기 고조 등 국제적인 논란이 촉매제가 돼 미국을 포함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서방국이 중심이 돼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선언하면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는 했지만 개막식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베이징 냐오차오(鳥巢) 국가체육관에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중앙민족대학 56개 민족 대표 대학생을 포함해 176명의 인민 대표가 참가한 개최국 국기 입장식이 논란이 됐다. 

개막식에서 한복이 사회 각계 대표,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흰색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고 댕기머리를 한 이 여성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 전달식에 참여했다. 결국 한복논란으로 인해 문화공정, 동북공정(東北工程)이 표면 위로 올라오면서 국내에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반감이 일었다.

해외에서는 최종 성화 주자가 더 큰 논란이 됐다. 최종 주자로 위구르족인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21)과 한족인 노르딕 복합 선수 자오자원(趙嘉文·21) 남녀 선수가 성화대에 올라 서구의 ‘외교 보이콧’에 대한 반발로 풀이됐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폐회식 시작. /사진=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폐회식 시작. /사진=연합뉴스

또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 NOS의 중화권 특파원인 쇠르드 덴 다스 기자는 지난 4일 저녁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장 밖에서 생중계를 진행하는 도중에 갑자기 팔에 붉은 완장을 찬 남성이 카메라 앞에 난입하더니 중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기자를 두 팔로 잡아 시야 밖으로 끌어냈다.

기자는 요원에게 떠밀리면서도 생중계를 이어가려다 결국 화면에서 사라졌고 나중에야 보도를 재개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면서 중국 편파판정, 최악의 빙질과 시설, 엉망진창인 미숙한 대회 운영 등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논란이 가속화됐다. 경기가 시작된 후 편파 판정과 도핑 논란 등이 올림픽 정신을 빛바래게 했다.

특히 대회 초반 쇼트트랙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중국 선수들에게 유리한 오심 논란이 불거졌다.

대한체육회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한국체대 졸업 예정), 이준서(22·한국체대)가 피해를 본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였다.

‘베이징 올림픽’을 빗대 ‘눈뜨고 코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국내에서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이 바로 이때였다. 한국에선 초반 쇼트트랙 경기에서 편파 판정이 ‘공정’을 중시하는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격한 반발을 불렀다. 해외에서는 중국 국적으로 출전한 미·중 혼혈 스키 점프 선수 구아이링(19·谷愛凌·영어명 : 에일린 구)의 이중국적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8일 구아이링의 경기장에는 지난해 ‘미투’ 논란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37·彭帥)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위원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여론 물타기’를 의심하게 했다. 올림픽 중반을 넘어서면서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Russian Olympic Committee) 소속의 카밀라 발리예바(15·Kamila Valieva)의 금지약물 복용과 관련된 도핑 스캔들과러시아선수단의 순위 조작 가능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과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폐회식 입장하는 각국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과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폐회식 입장하는 각국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시진핑(69·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3연임을 최종 확정할 올해 가을 20차 당대회 전에 치러지는 초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에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의 전통적 우방 국가인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69·Vladimir Vladimirovich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으로 직접 찾아와 시 주석을 만나 우호를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올림픽은 공산주의 국가만 신난 올림픽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외신들 역시 ‘스캔들 올림픽’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중국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전세계 80억명 세계인의 인심은 잃은 올림픽이라는 평가다.

최악의 올림픽 속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14위)로 대회 전 목표인 ‘금메달 1∼2개로 종합 15위 내 진입’을 달성했다.

황대헌과 최민정(24·성남시청)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하나씩 따내는 등 빙상 종목에서 선전하며 한국의 메달 레이스를 이끌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의 폐회식은 20일 밤 9시(한국시간) 이번 대회 개회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약 100분간 진행된 폐회식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이번 대회 개회식 총연출을 맡은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또 지휘봉을 잡았다.

개회식 때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이 오성홍기를 운반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지만 이날 폐회식에서는 오성홍기가 운반식 없이 국기 게양대 아래에 미리 대기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의 요인을 만들지 않았다.

이후 91개 참가국 선수들이 개회식 때에 비해 훨씬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입장했고, 이후 남녀 크로스컨트리 매스 스타트 우승자에 대한 시상식, 대회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격려의 시간 등이 이어졌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의 차기 개최지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Duality, Together). /사진=연합뉴스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의 차기 개최지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Duality, Together). /사진=연합뉴스

올림픽기가 내려지고 천지닝 베이징 시장이 올림픽기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거쳐 차기 올림픽 개최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시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8분간은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조직위원회에 배정된 시간이었다. 이탈리아 유명 가수 말리카 아야네가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이탈리아 국가를 부르며 4년 뒤 다시 만날 때를 기약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4년 뒤 차기 대회인 ‘2026 제25회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대회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Duality, Together)를 주제로 해 ‘함께’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이날 차기 개최지 8분의 시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 총연출을 맡아 호평을 받은 마르코 발리치(이탈리아) 감독이 담당했다.

성화 소등 시에는 어린이 합창단이 2008년 하계올림픽 당시 주제가를 부르며 2008년 때와 같은 장면을 연출해 베이징이 사상 최초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헤어지는 전세계 젊은이들은 4년 뒤인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탈리아는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2006년 토리노에 이어 세 번째로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개회식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폐회식에서도 화려한 HD(High Definition) LED(Light Emitting Diodes·발광다이오드) 화면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연출이 돋보였고 폐회식 마지막 순간에는 엄청난 물량의 화려한 폭죽 쇼로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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