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올림픽 출전, 한국 선수 동·하계 올림픽 최다 출전 타이기록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엄마로 기억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세계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은 91개 나라, 29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만큼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 특히 한국의 이채원(41·평창군청)은 한국 선수단의 맏언니로서 그녀만의 스토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에 출전한 ‘철녀’ 이채원은 한국 선수단 가운데 최고령 선수다. 우리나라 최연소 선수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에 출전하는 2005년생 이승훈(17·상동고)과는 24살 차이다. 어쩌면 이번에 출전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전설 이채원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그때는 이승훈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이었다.
이채원은 이번 대회를 통해 통산 6번째 올림픽에 출전, 한국 선수의 동·하계 올림픽 사상 최다 출전 타이기록을 세웠다. 21세기에 개최된 동계올림픽에 늘 선수 이채원의 이름이 존재했다. 올림픽 6회 출전은 국내 스포츠사에서 이규혁(빙상), 최서우, 최흥철, 김현기(이상 스키) 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이제 이채원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채원은 2014년 소치에서 33위를 기록해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보유한 선수다.
사실 이채원은 2018년 고향인 강원 평창에서 열린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그만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여전한 기량에 한 번 더 도전하기로 했고 가족의 이해와 응원 속에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과 국제스키연맹(FIS·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Ski) 월드컵 12위, 올림픽 33위 등 국내 크로스컨트리 관련 기록을 거의 다 가진 이채원이지만 아무래도 크로스컨트리의 본고장인 북유럽 선수들과 경쟁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여섯 번째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이채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6번째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가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마치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접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로 한 것은 계속 후회가 남아서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앞서 지난 1월 25일 열린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딸 장은서 양은 엄마에게 보내는 음성 편지로 베이징 출국을 앞둔 엄마와 언니, 오빠 선수들을 응원한 바 있다. 이채원은 “은서한테 ‘엄마가 너무 감동 받았다’고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줬다”며 “은서도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 오라고 얘기해줬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채원은 지난 5일 중국 장자커우의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여자 크로스컨트리 15㎞ 스키애슬론에서 55분 52초 60을 기록하며 레이스를 마쳤다. 출전 선수 65명 중 61위로 들어왔다.
출전 선수 중 최고령축에 속하는 이채원은 중국 입성 후 독감 주사를 두 번이나 맞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른 곳과 달리 장자커우의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는 클래식과 프리스타일 코스가 같다는 점도 이채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채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후 이채원은 “한마디로 정말 힘들었다. 날씨도 춥고 몸도 안 좋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끝까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로 “중간에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을 위해 참고 완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생각났다.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더 힘내려고 했다. 그래도 완주는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이채원에게 남은 종목은 개인 스프린트 10㎞(8일), 개인 클래식 10㎞(10일)다.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되기 위해 달릴 준비를 마친 이채원은 “남은 경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내 모든 걸 쏟겠다. 그래야 딸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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