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코카콜라 등 13개 기업 14억명 中 시장 때문에 후원
1200억원 쓰고 반중 정서에 마케팅 홍보활동 접은 기업 속출
브랜드·기업명 등 전면에서 사라져…각국 대표 선수들만 지원
미중분쟁, 인권탄압 비판, 대회 보이콧에 편파판정 등 악재 등장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 일러스트(PG). /사진=연합뉴스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 일러스트(P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기업들이 전세계 최대 동계 스포츠 축제인 ‘2022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사실상 ‘올림픽 마케팅’을 포기한 분위기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지난 2월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일까지 17일간 열전에 돌입했다. 이미 대회는 반환점을 돌아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축제에서 기업들의 마케팅이 사실상 실종됐다. 기존처럼 브랜드를 내세운 광고를 쏟아내지 않고 각국 대표 선수들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등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카콜라, 비자, 도요타 등 13개 글로벌 기업이 최상위 등급 공식 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 TOP 등급 후원사는 IOC에 4년 주기로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北京·Beijing)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브랜드 및 기업명의 노출과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극도로 꺼리고 모양새다.

기업들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서 14억1260만명의 거대 시장을 가진 중국의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대형 스포츠 행사인 동계올림픽에 거액의 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에 미중분쟁에 이어 중국 내 인권 탄압을 문제 삼은 미국과 유럽 각국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올림픽 보이콧(Boycott)’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또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이후에는 중국의 노골적인 자국 선수 밀어주기 편파 판정 및 편파적인 대회 진행으로 올림픽을 ‘동네 체육대회’ 수준으로 떨어트리며 1000억원 이상 올림픽 공식후원한 글로벌 기업들의 속타는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에 확산되고 있는 ‘눈뜨고 코베이징’이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내재했던 ‘반중 정서’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은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유일한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 현지 선수촌 입촌 선수단 전원에게 삼성전자의 3세대 폴더블(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 기기) 스마트폰 ‘갤럭시Z 폴더블 시리즈’를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폴더블 스마트폰 모델인 ‘갤럭시Z플립3 베이징올림픽 에디션’을 출시한 후 선수 전원에게 지급했고 쇼트트랙 한국 국가대표 최민정(24·성남시청) 선수와 중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펑청(24·Peng Cheng) 등 각국 주요 선수들로 구성된 ‘삼성 갤럭시 팀’을 꾸렸을 뿐 별다른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8년에 열린 제24회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를 시작으로 1997년부터 IOC와 TOP 계약을 이어가며 30여년 간 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다.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까지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올림픽 개막 수개월 전부터 캠페인 활동을 시작해 수십 건의 홍보 자료를 냈던 2014 소치동계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과 대조된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공개된 베이징동계올림픽 이미지. /캡처=최양수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공개된 베이징동계올림픽 이미지. /캡처=최양수

삼성전자의 보도자료를 비롯해 각종 활동 소식을 소개하는 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간략히 소개한 것 외에 별다른 홍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관련 게시물은 전무한 상태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에 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적극적인 베이징동계올림픽 마케팅이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성전자는 관련 마케팅 활동은 최소화하고 선수단 스마트폰 후원 등 무선 분야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기본적인 역할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삼성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도 비슷하다. 미국 코카콜라사는 올림픽 기간 중 중국에서만 별도 TV광고와 올림픽 한정판 판매 등을 진행하기로 했고 비자와 인텔 등 공식 올림픽 후원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도요타와 브리지스톤은 각각 조직위 측에 차량 2000대와 겨울용 타이어 1만1500개를 지원할 뿐 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나 마케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 측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오메가는 베이징동계올림픽 후원사가 아니라 대회의 공식 시간 기록 업체이자 자료 관리 업체일 뿐이다”고 선을 그으며 항변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특히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각종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반중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기업들의 국내 마케팅은 자체 홍보보다는 우리 선수들 지원 및 응원에 쏠리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은 대한스키협회를 통해 포상금을 내걸었다. 정부 포상금과는 별개로 금메달 3억원, 은메달 2억원, 동메달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쉽게 메달을 놓친 4위, 5위, 6위 선수에게는 각각 5000만원, 3000만원, 1000만원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제네시스BBQ가 후원 중인 대한빙상경기연맹도 포상금을 준비했다. 금메달은 1억원,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 순이다.

CJ제일제당은 한국 선수단에 가정간편식 세트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보이지만 마케팅적인 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기업 관계자는 “애초 이번 동계올림픽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신냉전시대로 접어드는 분위기에서 시작을 알렸다”며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홍콩, 마카오 등의 인권 문제, 대만 및 동중국해에서의 군사적 위기 고조 등 국제적인 논란으로 인해 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보이콧 요구가 거셌다”고 국제 정세를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 개척과 중국 내 불매운동 역풍 우려 등을 고려해 올림픽을 후원하면서도 반중 정서 탓에 마케팅 활동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결국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삼성전자는 중간에 끼인 상태가 됐다. 이로 인해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더라도 홍보 활동은 최소화하고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서 기본 역할에만 충실할 뿐 별다른 활동을 전개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