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마트 등 6종 시설은 18일부터 방역패스 적용 해제
사적모임 인원 4명에서 6명으로 늘려…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 유지
국민 공감 얻지 못하는 방역 대책으로 사회적 불만 커지고 있어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일관성 있는 방역 대책을 운영하지 못하고, 시시각각으로 세부 내용을 변화하면서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관심사인 ‘사적모임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 변경 이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만 내놓고 있어 국민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방역 대책 브리핑을 통해 보습학원, 독서실, 박물관, 영화관, 대형마트, 백화점 등 6종 시설의 방역패스를 오는 18일부터 해제한다고 밝혔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로 불리는 방역패스는 적용 대상 시설을 이용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1·2차 접종 사실을 증명하거나, PCR 검사 음성 사실을 확인하는 제도다.

경기도 한 대형마트의 방역패스 안내문./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한 대형마트의 방역패스 안내문./사진=연합뉴스

당초 방역당국은 지난 10일부터 3000㎡ 이상 규모를 가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1주일 간 계도기간을 거쳐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위반 여부를 단속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적용에 대해 기저질환자, 고령자, 임상부 등 백신 접종이 제한되는 사람들을 비롯해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철회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는 법원의 판결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최근 서울 지역의 청소년과 대형마트·백화점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패스를 중지하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감소했고, 병상 확보 등 대응 의료 여력이 충분해졌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은 시설을 중심으로 방역패스를 완화하게 됐다”며 “법원의 판결로 지역 간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이 방역패스 해제를 결정한 시설은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3천㎡ 이상) ▲학원(연기·관악기·노래 관련 학원은 방역패스 적용) ▲영화관·공연장 등이다.

이들 시설의 경우 방역패스는 해제됐지만, 마스크 착용은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또 해당 시설 내 식당, 카페 등을 이용할 때는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외부 식당과 마찬가지로 방역패스를 해야 한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4명에서 6명까지 가능하다. 동거가족, 돌봄(아동·노인·장애인 등) 등 기존의 예외범위도 계속 유지된다. 미접종자는 식당·카페를 단독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영업시간의 경우 이전 방역조치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1·2그룹 밤 9시, 3그룹 및 기타 일부시설 밤 10시까지로 제한된다.

1그룹은 유흥시설(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을 뜻하고, 2그룹은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등이다.

3그룹 및 기타 일부 시설은 오락실, 멀티방, 카지노, PC방, 학원, 마사지·안마소, 파티룸, 영화관·공연장이다.

이 중 학원은 평생직업교육학원에만 22시까지 운영시간 제한이 적용된다. 의료법에 따라 시각장애인이 운영·종사하는 안마시술소, 안마원은 영업시간 제한에서 제외되고, 영화관·공연장의 경우 상영·공연 시작 시간을 기준으로 밤 9시까지 관람객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방역패스 확인절차를 거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방역패스 확인절차를 거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현재 방역당국은 ▲위중증 환자 발생규모(예시 : 700명 이하 유지 등) ▲의료체계 여력(예시 : 중환자병상 가동률 50% 이하 유지 등) 등을 중점 지표로 평가하고, 보조지표로 ▲확진자 규모, ▲입원대기 환자 발생 등을 고려해 거리두기 조정을 하고 있다.

조정순서는 방역적 위험이 낮은 조치부터 완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사적모임부터 우선 조정하고, 운영시간은 후순위로 조정한다는 게 방역당국의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KIST와 공동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운영시간 제한’이 ‘사적모임 인원 제한’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영업시간이 아닌 사적모임 인원 제한부터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방역당국의 설명에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 사는 A씨는 “정부가 영업시간을 밤 9시로 제한해놓아서 퇴근 후에는 다들 집으로 곧바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가 밤 9시 이후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도 아닐텐데 너무 시간을 빡빡하게 제한해놓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설 명절 특별방역지원금처럼 세금만 계속 뿌릴 것이 아니라 우리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방역 시스템을 갖춰야 된다”며 “초저녁부터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죽을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 등 단체 회원들의 시위 모습./사진=연합뉴스
전국학부모단체연합·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 등 단체 회원들의 시위 모습./사진=연합뉴스

전국학부모단체연합·백신패스반대국민소송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방역대책의 과학적 근거 및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소송전을 준비하는 단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경험했던 방역당국은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우려되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강한 확산세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방역의료분과 등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에 대비해 현행 조치를 유지하거나 소폭만 조정하자는 의견이었고, 경제민생분과 위원들은 사적모임과 영업시간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미크론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면서 오미크론에 의한 유행 규모 폭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거리두기 조정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2~3주 간격으로 3차례에 거쳐서 거리두기를 조정하되, 방역상황을 고려해 오미크론이 본격화될 경우 고강도 조치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