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사교육 연합 등이 제기한 행정소송으로 관련 시설 방역패스 제외돼
법원 “백신 미접종자를 2차 접종 완료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에 해당”
다른 업종에서도 소송 움직임…국민과 소통 없는 방역 대책은 철회해야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우리나라는 입법, 사법, 행정기관의 삼권분립으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행정기관(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은 강력한 힘을 발휘해왔다.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위드코로나) 또는 강화 정책을 펴기도 하고, 코로나19 백신의 추가 접종도 거의 의무화하다시피 했다.

1차, 2차 접종자를 ‘백신 접종 완료자’로 분류했다가 작년 말부터는 부스터샷까지 맞은 3차 접종자가 백신 접종 완료자라고 말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4차 접종도 검토에 들어갔다. 방역패스로 인해 국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가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법원이 방역 당국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향후 방역 대책 수립에 어떻게 작용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역패스 반대 시위./사진=연합뉴스
방역패스 반대 시위./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함께 하는 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은 당분간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에서 제외된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 제11조 제1항을 강조했다.

내용을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합리적 이유 없이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평등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의 국민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위헌·위법한 조치이어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라고 나와 있다.

백신 미접종자는 48시간 이내의 PCR 음성 확인서를 제시하지 못하면 학원·독서실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채 관련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틀에 한번 꼴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큰 생활상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게 법원 측 판단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 대해서만 학원·독서실 등에 대한 접근·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집단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방역패스가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라고 판결문에 못 박은 셈이다.

특히 법원은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른바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백신 미접종자가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달 초 발표한 주차별 예방접종력 분포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에는 2차 백신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꽤 있다.

2021년 10월 31일부터 2021년 12월 25일까지 총 20만 956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그 중 68.4%(14만 3404명)가 2차 접종 완료자였다. 미접종자 26.2%(5만 4842명), 1차 접종자 3.6%(7545명)이었고, 3차 접종자도 1.8%(3775명)를 기록했다.

백신 접종./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사진=연합뉴스

작년 하반기부터 백신 접종을 한 사람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에 미접종자보다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더 걸린다고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돌파감염’이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국민들에게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백신 접종을 권유해왔던 서울 소재 A대학병원 교수의 경우 정작 본인은 기저질환으로 백신 1차 접종까지만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여전히 방역패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에도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고, 백신 접종이 중증·사망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3차 접종까지 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방역패스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대한 효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모든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심상치 않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번 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은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을 이끌어낸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양심과 법리에 따라 합리적이고 신속한 결정을 내려줌으로써 행정부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지켜준 부분에 대해 높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함께하는 사교육 연합은 “정부는 듣기만 해도 소름 돋고 과거 나치정부에나 있을법한 ‘백신 미접 종자의 QR코드 경고음’ 따위가 아닌 사법부와 국민의 진정성 있고, 준엄한 재판부의 학습시설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의 ‘경고음’을 수용하여 이른바 ‘기 승전 백신’의 비합리적인 방역정책을 하루빨리 수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방역패스 안내문./사진=연합뉴스
방역패스 안내문./사진=연합뉴스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과 관련한 단체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인용 소식이 알려지면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한 다른 단체에서도 관련 소송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미 일부 자영업자는 소등 시위·차량 시위 등을 펼치며 정부의 방역 대책을 강력히 규탄하며, 방역패스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종업원을 내몰고, 폐업에 이르고 있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독불장군 식으로 방역 대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여론을 수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추가 경정 등을 통해 세금으로 지원금을 퍼주는 것으로는 비판 여론을 돌리기에 한계가 있다. 그 세금은 결국 후대가 채워야 하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방역 당국은 판결문에 나온 ‘코로나19 백신이 국민 개개인의 코로나 감염과 위증증 예방을 위해 적극 권유될 수 있다고 보이지만, 그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백신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며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명심해야 한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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