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하자 ‘고위험군’ 집중 치료 계획 발표
“이런 식이면 방역패스 왜 하느냐”는 비판 여론 점점 거세져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 “병독력 약해진 것 분명하니 진료 시스템 재정비해야”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2주 연장(오는 20일까지)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위험군’ 위주로 치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다는 사실을 근거로 전반적인 치료 계획은 변경했지만, 기존 방역 지침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새어나오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오미크론 변이 특성을 고려한 방역·재택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7일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의료원 재택치료상황실./사진=연합뉴스

주요 내용을 보면  기초 역학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하고, 조사항목도 단순화해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확진자가 직접 설문조사 URL 주소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기입하는 역학조사 방법으로 사실상 확진자 ‘양심’에 맡기는 방식이다.

확진자와 공동 격리자의 격리방식도 개편된다. 지자체 공무원에 의한 GPS 이용 자가 격리 애플리케이션 등 관리 체계가 없어지고, 대응 인력을 방역·재택치료 인력(비대면 진료 행정지원 등)으로 전환한다.

복잡하게 운영되던 확진자 동거가족 격리제도 역시 대폭 간소화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경우 공동격리자의 의약품 처방·수령 등 필수적 목적의 외출이 허용된다.

재택치료 키트 구성품의 경우 7종(해열제,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손소독제, 세척용 소독제, 검정비닐봉투, 종합감기약)에서 5종(해열제,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세척용 소독제, 자가검사키트)으로 줄어든다. 검정비닐봉투와 종합감기약이 빠지게 됐다.

동거가족의 필수 외출 허용으로 생필품 등이 직접 구매 가능해짐에 따라 관련 지침을 개정해 그동안 격리자에게 지급하던 생필품 지급 여부도 각 지자체에서 현장 여건에 맞게 결정하도록 수정됐다.

이번 개편에서 제일 중요한 핵심은 재택치료 모니터링이다. 집중관리군(60세 이상 등)과 일반관리군 환자로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 모니터링이 실시된다.

쉽게 말해 60세 이상, 50세 이상 고위험·기저질환자는 1일 2회 유선 모니터링 방식이 계속 유지되지만, 나머지 환자는 향후 스스로 관리하고, 필요할 때 비대면 진료 및 상담센터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방역·재택치료 체계를 바꾼 이유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기존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1만 8340명(1일) ▲2만 268명(2일) ▲2만 2907명(3일) ▲2만 7438명(4일) ▲3만 6346명(5일) ▲3만 8690명(6일) ▲3만 5286명(7일)으로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방역당국은 이달 말 13~17만명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으면서 정점 예측조차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질병관리청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 높아 2월 말 13만명에서 17만명까지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60대 미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없는 확진자의 재택치료 관리 수준은 대폭 낮추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패스 등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릴레이 삭발식./사진=연합뉴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 릴레이 삭발식./사진=연합뉴스

현재 각종 포털 사이트 및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국민의 공감도 얻지 못하고, 확진자 발생률 억제에도 실패했다는 식의 내용을 담은 비판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아서 재택치료 수준을 조정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패스 등에서도 별다른 조치가 있어야 합당한 것 아니겠는가”라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를 유지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60대 B씨 역시 “집에서 스스로 잘 회복하라는 게 재택치료라면 기존 감기 치료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영업자를 비롯해 모두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 방역정책을 이제 좀 수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단체 9개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299인 릴레이 삭발식을 벌이며 방역당국을 규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소급 보상, 신속한 영업 재개 등을 요구한 이들 단체는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달 중으로 대규모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회적 마찰이 격해지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높지 않은 만큼 이제 경증 환자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7일 국내외 주요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OVID-2022, 델타에서 오미크론으로’이라는 키 포인트 자료를 발표했다.

오명돈 교수는 대한내과학회 학술이사(2008~2010년),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2008~2009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2010~2011년) 등을 역임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의학자다.

광주 북구선별진료소의 신속 항원 검사 모습./사진=연합뉴스
광주 북구선별진료소의 신속 항원 검사 모습./사진=연합뉴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다른 감염병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경증이고, 일부만 폐렴이 오고, 99%는 회복된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 감기, 독감, 폐렴으로 4가지 다른 스펙트럼의 질병을 일으키는데 특히 젊을수록 무증상·감기에 머무르고, 고령일수록 폐렴으로 발전하는 등 나이에 따라 중증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는 게 오명돈 교수의 설명이다.

오명돈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병독력이 중증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바이러스 병독력보다 숙주의 면역력이 중등도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이어 “쉽게 말해 똑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면역력이 좋은 젊은 층에서는 무증상이나 가벼운 상기도 감염으로 지나가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심각한 폐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코로나에 감염되어 중환자가 될 위험 인자로는 당뇨병, 만성 기저 질환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이’다. 

오명돈 교수는 “감염 치명률을 보면 20대는 0.01%이지만, 40대는 0.1%, 60대는 1%이고, 80대는 10%로 나이대가 올라갈수록 치명률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며 “만일에 60대 환자가 기저질환, 예를 들면 당뇨병이 있다면 치명률이 1.2%로, 약 20% 정도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 자연 감염 후 획득하는 면역은 백신접종 후 생기는 면역에 못지않은 예방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백신 면역은 감염 확률이 약 90% 정도 감소했는데 자연 감염 면역은 그보다 3분의 1 더 낮았다.

특히 입원할 위험성도 백신 면역은 0.07%, 자연 면역은 0.03%로 자연 면역이 더 낮았다. 자연 면역과 백신 면역을 합친 하이브리드(hybrid) 면역이 감염 위험이나 입원 위험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명돈 교수는 “이와 같은 효과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발표한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자연 감염이 없는 사람들은 mRNA 백신을 2회 맞아도 예방 효과가 60~70%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다는 설명을 수차례 해왔다. 오명돈 교수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

오명돈 교수는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보고된 국가 규모의 데이터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의 입원율과 사망률은 델타에 비해서 반 정도로 낮았다”며 “오미크론 변이의 병독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번 자료에 포함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의 효과는 감염·발병·중증 예방에 있어서 대략 20~3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스터 접종을 하면 세포매개 면역 반응은 ‘cytotoxic T’ 세포 반응이 델타에서 70%, 오미크론에서 70%로 나타났고, ‘T helper’ 세포 반응은 델타에서 70%, 오미크론에서 50%로 비교적 잘 유지됐다.

오명돈 교수는 “이와 같은 내용을 종합하면 부스터 접종을 완료했을 경우 오미크론 변이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대유행 피라미드./사진=서울대병원
오미크론 대유행 피라미드./사진=서울대병원

오명돈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이제 수많은 경증 환자 발생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출산, 심근경색증, 뇌출혈, 뇌경색, 골절 등 기존 질환들과 오미크론 변이 감염의 교차점이 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그는 “우리나라 통계로 한 달에 출산은 약 2만 3000건, 심근경색증은 1만건 발생한다”며 “이 가운데 10%만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한 달에 출산 2300명, 심근 경색증 1000명을 진료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즉, 코로나19 경증 환자 폭증으로 응급한 시술 및 수술의 지연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명돈 교수는 “앞으로 날마다 발생하는 응급 진료 수요가 오미크론 폐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가 폭증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우리가 너무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이 사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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