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소상공인 지원·방역 및 예비비 보강 14조원 규모 추경안 마련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 있어…대선 후보들도 추가 편성 요구
기준금리 인상과 상반된 ‘돈 풀기’ 조치…소상공인 실질적 도움 여부도 미지수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또다시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이차 추경)이 추진된다. 코로나19가 2020년 우리나라에 전파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 4번, 2021년 2번 추경이 편성된 후 이번이 7번째다.

6번에 걸쳐 대규모 추경이 집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추경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소상공인 및 방역 지원을 위한 원포인트 지원’을 목표로 14조원 규모의 방역 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생 어려움에 선제 대응을 위해 1월 추경을 편성했고, 조속한 국회 확정 후 신속 집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추경 편성 배경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연장으로 소상공인 부담이 확대돼 피해를 본 자영업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고,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 방역을 추가 보강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수출입 호조 등으로 예상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2021년 약 10조원 수준의 초과세수가 걷힌 만큼 이를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에 신속히 투입해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다.

5만원권./사진=픽사베이
5만원권./사진=픽사베이

기획재정부는 재원 마련 방안을 위해 국채 발행 11조 3000억원과 공공자금관리기금 여유자금 2조 7000억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 둘을 합치게 되면 14조원에 해당하는 재원이 확보된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소상공인 2차 방역 지원금(9조 6000억원)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요 보강(1조 9000억원) ▲약 2만 5000개 병상 확보(4000억원) ▲먹는 치료제 및 주사용 치료제 확보(6000억원) ▲재택치료자 생활지원비 및 유급휴가비 지원(5000억원) 등으로 편성됐다.

이와 더불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방역 지출 등 예측하지 못한 소요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 1조원이 추경예산안에 배정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과 소기업 320만곳에 9조 6000억원이 지원되는데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으로 손실을 본 곳뿐 아니라 여행·숙박업 등 손실보상 제외 업종까지 폭넓게 지원될 방침이다. 지원기준은 2021년 12월 15일 이전 개업과 매출 감소 자료가 있어야 한다.

지원금액은 300만원으로 책정됐다. 기획재정부는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본인 명의 핸드폰 또는 공동인증서로 온라인 간편 신청을 받은 후 2월 중 지급할 예정이다.

추경예산안에는 2021년 10월 1일 이후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인원 및 시설 이용 제한 조치를 받아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과 소기업 약 90만곳에게 1조 9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피해 규모에 비례한 차등 지급 방식이 적용되며, 하한액은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됐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사진=연합뉴스

방역 보강의 경우 코로나19 중증환자 병상을 1만 4000개에서 최대 2만 5000개로 확대하기 위해 투입되는 4000억원을 비롯해 먹는 치료제 40만명분 추가 구매, 재택치료자 생활지원비(4인 가구 기준 10일 90만 5000원), 유급휴가비(1일 최대 13만원) 등으로 1조 5000억원이 추경예산안에 편성됐다.

이번 추경예산이 국회에서 승인을 받을 경우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68조 1000억원으로 본예산과 비교했을 때 14조원 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국가채무 역시 1075조 7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11조 3000억원 증가한다.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살림이 거덜 나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국가채무가 증가한 것은 기존보다 국가가 지고 있는 빚이 많아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4일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이 제출된 후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여야 합의로 심의일정을 잡게 되는데 심의과정에서 추경예산안의 규모, 활용방안, 구체적인 지급 방식 등이 변동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상공인 지원 및 방역 보강의 시급성을 감안해 추경예산안이 최대한 신속히 의결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추경예산안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예산안보다 오히려 금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은 정부의 추경예산안보다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실보상금 선지급 신청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손실보상금 선지급 신청 안내문./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에 약 35조원 규모가 필요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국민의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추경예산안 규모 확대는 탄력을 받게 됐다.

문제는 6차례에 걸친 천문학적인 비용의 추경이 집행됐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을 받은 당사자들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되면서 가게 영업을 할수록, 회사를 운영할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주최한 ‘방역패스·손실보상 긴급진단 간담회’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을 비판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최승재 의원은 “준비도 없이 방역패스를 시행한 정부 정책으로 영세한 업체일수록 더 큰 부담을 지고 있다”며 “1~6차 추경 동안 123조 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된 예산은 15조 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즉, 계속해서 추경예산만 편성할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제안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꼭 필요한 곳에 예산 집행을 해야 한다는 게 최승재 의원의 주장이다.

폐업 점포에 붙은 임대 안내 현수막./사진=연합뉴스
폐업 점포에 붙은 임대 안내 현수막./사진=연합뉴스

이번 추경예산안에 대한 문제는 또 있다. 이달 중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올리면서 물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가 상승 폭이 일정 부분 제한되게 된다.

한국은행 이재열 총재는 “이번에 조정된 기준금리조차 아직 완화적인 수준으로 올해 기준금리를 여전히 조종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의 입장과 달리 정부당국은 추경예산 편성 등으로 계속 돈을 공급하면서 금융정책 방향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올라가는데 정부는 추경예산으로 돈을 풀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나라 빚이 계속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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