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평가 순위 16위 태영건설, 부동산PF 문제로 지난해 연말 워크아웃 신청
대내외 불확실성 상존, 수익성 개선 어려워…4월 총선 이후 연쇄 부실 사태 우려

[편집자 주] 희망찬 2024년 새해가 시작됐다. ‘청룡(靑龍)의 해’인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상상의 동물인 청룡은 행운을 전해주는 사신사(四神砂)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가슴에 부푼 꿈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 만큼 <뉴스워치>에서는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산업계에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면 올해 10개 산업을 분야를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갑진년을 맞아 선보이는 ‘갑진전망’이 올 연말에 값진 전망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올해 한국 건설·부동산 시장은 중요한 심판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올해 건설경기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2%인 가운데 건설투자 전망치는 역성장(-1.2%)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의 장기화로 인해 건설 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화하면서 건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수익성 역시 악화되고 있는 데다 지방 미분양은 심화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악재 상황에서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돼 공급·수요를 다 주저하게 만든다. 결국 모든 상황이 합쳐지면서 분양가 등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부실 문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22년 말부터 제기됐던 부동산PF 부실 문제가 결국 1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건설·부동산업계에는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16위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PF 부실 문제로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Workout·기업구조 재무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이 부동산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부동산PF 우발채무가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인 3조4800억원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윤석민 회장과 함께 서울시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 창업회장은 오는 11일 예정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 판단을 위한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 앞서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한 4가지 자구계획과 함께 필요하면 TY홀딩스와 SBS의 지분까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부동산PF 부실 여파가 건설업체들의 ‘줄도산 뇌관’을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증권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도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일부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RISK·위험) 현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은행권 역시 2금융권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는 PF 대출 부실 문제가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뇌관이 돼 전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태 진화를 위해 부동산PF 사업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착공, ’상업용 부동산‘, ’지방‘에 사업장이 쏠린 건설사들의 PF 부실 위험도 커지면서 제2, 제3의 태영건설 사태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벌써 누가 ’넥스트 태영‘이 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하이투자증권에서 지난 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건설과 신세계건설을 취약한 건설회사로 거론됐다. 하이투자증권은 동부건설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이르지만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췄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현금성 자산 1468억원에 단기차입금 1700억원 규모로 당장 위험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고 있는 대구 사업장이 많은 게 위험 요소로 꼽혔다.

또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 등의 진단이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미 지역에 소재한 중소 건설사들은 이미 줄줄이 부도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 토담건설(전남), 남명건설(경남), 해광건설(광주), 세경토건(울산), 거송건설(전남)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문제는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건설사 도산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26조4000억원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등 건설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총선 전까지 선거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을 압박해 PF 부실 문제를 관리하며 버티다가 총선 이후 손을 놓는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그립(장악력)이 총선 이후 사라지면 건설사 줄도산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건설업계에서는 건설경기가 지난해와 같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수주 총력, 국내 정비사업의 경우 수익성 높은 지역 선별 수주 등 해외사업과 신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올해 보수적으로 사업 계획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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