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다시 업턴 시그널 감지…감산 효과로 반도체 단가 상승세
AI 기술 반도체 시장에 활기 불어넣기 시작…HBM, 실적 개선 키포인트

[편집자 주] 희망찬 2024년 새해가 시작됐다. ‘청룡(靑龍)의 해’인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상상의 동물인 청룡은 행운을 전해주는 사신사(四神砂)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가슴에 부푼 꿈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 만큼 <뉴스워치>는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산업계에 좋은 일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면서 10개 산업 분야를 전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갑진년을 맞아 선보이는 ‘갑진전망’이 올 연말에 값진 전망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저점(低點)을 찍고 올해는 반등(反騰·rebound)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한파가 끝나고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 시대가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과잉 공급으로 인한 재고 누적과 서버·PC·모바일 등 반도체 수요 둔화로 혹한기를 겪으며 어려움을 경험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디바이스솔루션>·Device solutions)은 지난해 3분기까지 약 13조원에 이르는 영업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누적 8조76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결국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최악의 한 해를 기록하게 됐다. 반도체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재고 자산평가손실도 확대됐다. 이로 인해 제조사들은 지난 2022년부터 일제히 감산에 돌입한 이후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4월 메모리 반도체 감산 돌입을 선언하며 감산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이후 3개월 만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을 더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통상 6개월 정도 소요되는 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반도체 단가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 1~2분기는 반도체 사업부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해 4월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해 4월 7일 반도체 초격차 지원을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특히 최근 업계에서는 반도체 훈풍이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DRAM(디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과 NAND Flash Memory(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달 연속 오르면서 반등의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9월까지 DDR4 8Gb 1Gx8의 DRAM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은 1.30달러(1703.13원)였지만 10월 1.50달러(1965.15원)로 15.38% 오른 데 이어 11월 1.55달러(2030.35원)로 3.33% 상승했고 12월에도 1.65달러(2161.34원)로 6.45%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올해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 DRAM 제품 평균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은 전분기대비 10~15%, 2분기는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NAND Flash Memory 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28Gb 16Gx8 MLC의 NAND Flash Memory 범용제품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9월 3.82달러(5003.82원)에서 10월 3.88달러(5082.41원), 11월 4.09달러(5357.49원), 12월 4.33달러(5671.87원)로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8월 4.42달러(5789.76원)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도 반도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미 IT업계는 생성형 AI 상용화로 DX(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사업에 있어 새로운 모멘텀(momentum)을 제시했고 AI 사업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히 2022년 11월 출시된 오픈 AI(Open 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ChatGPT)의 등장과 함께 AI 서비스 활용의 대중화가 실현됐고 내년에는 개인용 디바이스에서도 AI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AI 흐름 속에 고부가가치 AI DRAM 반도체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사진=SK하이닉스

여기에 더해 CXL(Compute Express Link·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 시장도 개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CXL은 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빅데이터(Big Data)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앱)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오는 2028년 150억 달러(19조657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CXL 상용화를 앞당기고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현재 HBM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이미 올해 주요 물량 공급 협의를 마친 상황이다.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면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알짜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혹독한 한파를 겪어낸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을 통해 올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BM은 DRAM을 수직으로 여러 개 쌓아 올려 연결해 만든 메모리 반도체인 만큼 기존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또 생성형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 가격은 기존 메모리보다 6배 이상 높아 소수를 팔아도 매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시장이 본격 개화하지 않았지만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은 셈이며 향후 반도체 업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부가가치가 큰 HBM이 올해 반도체 실적 개선의 키포인트(Key Point)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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