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문제 해결 위해 화물사업 정리·슬롯 반납
해운업계, HMM 인수전 최종 승자는 하림그룹…최종 인수까지는 ‘산 넘어 산’
조선업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고부가 친환경 선박 선별 수주로 수익성 극대화

[편집자 주] 어느덧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어 간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들마다 복합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고자 동분서주했던 한해였다. <뉴스워치>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10개 산업 분야를 결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항공·해운·조선업계는 각 업계마다 악재로 엉켰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한 해를 보냈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 해운업계는 HMM의 매각 인수, 조선업계는 영업이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는 모습을 보였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본격적인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빗장이 풀리면서 팬트업(Pent Up·억눌린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효과) 소비로 공항에는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1~11월 국제선 여객수는 총 4232만6103명을 기록 중이다. 12월 여객수까지 더해진다면 올 한 해 국제선 여객수는 코로나19 이전인 6000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객수요 강세로 인해 정상화에 돌입한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LCC들은 1~11월 누적 여객수 2169만2604명을 기록 중이다. 이는 국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s)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11월 누적 여객수인 2063만3499명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올해 LCC들이 비상(飛上)하는 사이에 FSC는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FSC들은 경쟁당국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는 지난 2020년 11월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가운데 EU와 미국, 일본을 제외하고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3년간 이어진 합병 과정에서 EU는 ‘유럽 화물 노선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 등 독과점 문제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올해 경쟁당국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기 위해 독점 우려가 제기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분리 매각을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한항공의 EC에 제출할 시정 조치안 동의의 건’ 등 내용을 담은 안건을 논의했으며 격론 끝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가결 처리했다.

화물사업 매각과 슬롯(SLOT·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대) 반납 등이 양 사 임시이사회를 통과하면서 EU 당사국 심사 통과를 위한 밑바탕을 마련하게 됐다. EU 경쟁당국은 내년 2월 14일까지 합병 승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방침이다. EU 경쟁당국이 시정조치안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면서 두 항공사의 합병은 길었던 유럽의 고비를 넘어 미국과 일본을 바라보게 됐다.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해운업계도 M&A가 뜨거운 이슈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이 매물로 나오면서 본격적인 인수전이 펼쳐졌다. 지난 8월 21일 HMM 경영권 매각의 첫 단추인 인수 예비 심사 입찰을 위한 서류 접수가 시작되면서 인수전의 서막이 올랐다. 

당시 HMM 인수전은 동원그룹, 하림그룹, LX그룹,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AG)가 참여해 절대 강자가 없는 ‘3중 1약’ 형세를 보였다. 이후 독일 하팍로이드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 간 경쟁이 이어졌다. 

두 달간의 실사작업이 끝난 후 본입찰에 LX인터내셔널이 빠지면서 동원산업과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전개됐다. 

하림그룹은 지난달 마감된 HMM 본입찰에서 약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에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지난 18일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파트너스을 선정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의 매각 인수전에서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를 통과하게 된 것이다.

HMM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57.9%(3억9879만주)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Stock Purchase Agreement)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에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다만 HMM 최종 인수까지는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인수하려는 하림그룹보다 HMM의 자산이 더 많아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다 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하다가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HMM 노조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사측과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 HMM해원연합노조는 사측에 협상 결렬을 통보하고 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특히 이번 하림의 HMM 인수가 ‘졸속 매각’이라고 비판하며 매각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이 모든 상황을 넘어야만 최종 인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 계약한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 계약한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사(社)’ 중 올해 목표 수주량을 달성한 업체는 HD한국조선해양뿐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연초 제시한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 달러(20조3124억7000만원)를 지난 9월에 일찌감치 채우고 이후에도 추가 수주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95억 달러(12조2597억5000만원), 한화오션은 69억8000만 달러(9조76억9000만원)로 연초 제시했던 연간 수주 목표를 이달 말까지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말 기준 각각 66억 달러(8조5173억원), 30억 달러(3조8715억원)를 수주하면서 69%, 43%를 달성 중이다.

대신 삼성중공업의 경우 글로벌 조선사 중 수주잔량 1위 타이틀을 유지했고, 한화오션은 최근 방산 분야 수주를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나름대로 체면치레를 하게 됐다.

지난 2021년 합산 영업손실이 3조86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66억원을 기록했다. 또 올해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흑자전환 이후 3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가며 2개 분기 연속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1분기에는 1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2분기와 3분기 각각 713억원, 690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부터 흑자로 전환하며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1분기 196억원, 2분기 589억원, 3분기 7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조선’(한국 조선 산업) 빅3사(社) 중 한화오션은 가장 늦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628억원, 159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나 3분기 74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화오션 출범 후 첫 분기 ‘흑자전환’으로 대우조선해양 시절까지 포함하면 2020년 4분기 이후 1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셈이다. 

‘K-조선’이 3차 슈퍼사이클(장기 초호황기·commodities super-cycle)에 진입하면서 선박 수주 호황으로 향후 3~4년 치 일감을 일찌감치 확보한 상황이지만 ‘K-조선’ 3사가 일제히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은 수익성이 높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선 영향이다. 

글로벌 해운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으로 분류되는 LNG(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PG(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 암모니아(NH₃) 운반선, 메탄올(CH₃OH) 추진 선박 등의 발주량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하며 적자를 털어낸 모양새다.

중국이 맹추격 중이지만 한국 기술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미 해외 선주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이 친환경 선박 기술로는 글로벌 1위를 지켜내고 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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