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이션 감축법·프랑스판 IRA·독일 보조금 중지 등 자국우선주의 기조 확산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 가열…국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
현대차그룹,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체계 완성…전기차·배터리, 글로벌 시장 동반 대응

[편집자 주] 어느덧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어 간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들마다 복합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고자 동분서주했던 한해였다. <뉴스워치>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10개 산업 분야를 결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이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차 충전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차 충전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 세계가 이상고온, 폭설, 홍수 등 극단적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으면서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은 인류 생존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CO₂) 실질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은 글로벌 무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도 친환경은 피할 수 없는 거센 파도로 다가오고 있다. 북미, 유럽 등 선진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휘발유, 경유(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퇴출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U(유럽연합)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5년부터 휘발유, 디젤 등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에 합의했다. 지난 3월 EU 주재 각국 대사들은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만 신규등록이 가능하게 해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도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2050 계획에 따라 내연기관차 단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실제 퇴출 조치가 진행되면 기존 내연기관차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가 사라진 자리를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가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에 없으면 안 될 핵심 부품인 배터리 역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그리고 미국-중국 글로벌 공급망 패권경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중요 소재인 니켈(Ni·Nickel), 리튬(Li·Lithium) 등 원자재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자국 보호가 심화되고 있으며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자국패권주의가 강화돼 전 세계 각 나라들은 신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 무역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국우선주의 법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뿐 아니라 프랑스판 IRA, 독일 보조금 중지 등 각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LG그룹이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주요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LG그룹이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주요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프랑스 정부는 지난 14일 이른바 ‘프랑스판 IRA’로 불리는 녹색산업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히며 비유럽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대거 제외된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녹색산업법은 전기차 생산부터 운송까지 전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환경점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법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거리가 먼 한국, 일본, 중국에서 생산·운반되는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독일 경제수출감독청(BAFA)은 지난 17일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6일까지 신청한 보조금은 지급되지만 17일부터 신규 신청자를 받지 않는다. 당초 내년 말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1년 가량 빨리 중단됐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에 따라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독일 정부가 지난 9월부터 기업용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자 같은 달 독일 내 전기차 판매량이 29% 줄어들었다.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전기차 판매도 타격을 입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해 팔린 전기차는 47만대로 전체 전기차 신차 판매량의 18%를 차지한다.

독일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그동안 보조금 혜택을 받아온 현대차의 친환경차 아이오닉6(IONIQ6)와 아이오닉5(IONIQ5·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 기준), 코나 일렉트릭 등의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삼성SDI가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3’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양수 기자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16일 미국에서 제정한 IRA의 발효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및 이차전지(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내 생산기반 부재로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열위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산업도 관련 규정 충족이 힘들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북미 지역에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장 중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IRA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10월 누적 수출 대수 증가율은 17.5%로 최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누적 수출액은 현대차 242억6900만 달러(31조7924억원), 기아 196억4600만 달러(25조7363억원)로 합산 439억1500만 달러(57조5287억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수출액(415억6700만달러)을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유럽을 넘어 수출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세계 4위 인구 국가이자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아세안 지역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글로벌 주요 시장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파악하고 향후 원활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모색 중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올해 삼성SDI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협력체계를 완성하기도 했다. 

‘K-배터리’(한국 배터리 산업) 드림팀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社) 역시 올해 배터리 시장 둔화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의 성장세가 매섭기 때문에 우위를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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