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규제완화로 경기부흥 기대했지만 연이은 악재에 반등 이루지 못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부실시공·중대재해 문제 터져…‘LH 사태’ 결정타
‘순살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 등 건설산업 전반으로 소비자들의 불신 커져

[편집자 주] 어느덧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저물어 간다. 전 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업들마다 복합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고자 동분서주했던 한해였다. <뉴스워치>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10개 산업 분야를 결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에서 건설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에서 건설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올해 건설·부동산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를 보였다. 

건설 시장의 경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로 인해 공사비는 상승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화 되면서 건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까지 악재가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 역시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경색 등 혹한기를 보내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해를 시작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으로 인해 법 개정이 늦어진 점도 있으나, 정부 또한 불필요한 시그널을 주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올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로 건설·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함께 부실시공·중대재해 등 연이어 악재가 터지며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1월 3일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풀고 거래활성화를 꾀했다. 1·3 대책에 따른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상승곡선을 보였고 아파트값도 오름세로 바뀌었다. 하지만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지방의 주택거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청약 시장도 마찬가지로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없애 유주택자의 청약을 유도했지만 이 역시 글로벌 경제의 영향으로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분양가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크게 오르자 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화되고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 시장에 불을 지피지 못했다.

올해 재건축 시장을 바탕으로 건설·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청약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들도 수익이 확실하지 않은 도시정비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건설사들의 수주물량도 크게 감소하면서 한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AA13-2, AA13-1블록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인천 검단신도시의 AA13-2, AA13-1블록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또 건설업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이 현금 유동성 악화로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대금회수가 어려워졌고 운전자본 부담에 따른 자금경색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18일까지 폐업 신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한 종합공사업체는 총 547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 2006년 57건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건설·부동산 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올해도 ‘공염불’(空念佛)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부동산 경기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결정타(決定打)는 ‘철근 누락 LH 사태’였다.

지난 4월 29일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안단테 아파트 신축 지하 주차장 지붕층이 붕괴되며 부실시공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인천 서구 원당동 소재 해당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1층 슬래브 붕괴와 그에 따른 충격으로 지하 2층 슬래브 등 구조물(970㎡)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사인 GS건설 컨소시엄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설업계에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GS건설 아파트 브랜드 자이(Xai)는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으며 ‘통뼈캐슬’ ‘흐르지오’ 등 우리나라 대표 건설사 브랜드에게 붙은 별칭으로 건설산업 전반에 불신이 퍼지게 된다.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공사 중지를 명령하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특별점검과 관계 전문가 정밀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불법 하도급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위 당정에서 ‘철근 빠진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8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고위 당정에서 ‘철근 빠진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으로 ▲설계·감리·시공 등의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 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 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으로 지목됐고 GS건설은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붕괴 원인이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고 대중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은 붕괴 걱정이 없는 ‘후순위 아파트’로 눈을 돌리게 된다. 또 정부는 8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 427곳을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LH가 발주한 무량판 아파트 102곳 중 22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고 LH 임원 전체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혁신책으로 LH가 그간 공공주택 공급을 독점해오던 것을 민간 경쟁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경쟁 체제를 통해 주택 품질을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DL이앤씨는 4차례 사고에 5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3건에 사고에 3명이 숨지며 최다 사망자를 배출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영업사원을 자처해 발 벗고 나서면서 동력을 확보한 건설사들은 중동, 북미 태평양, 중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잇단 수주 낭보를 전했다. 우리나라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년 연속 300억 달러(39조57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도 올해 목표치 350억 달러(45조5665억원)를 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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