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만년 3위 LG유플러스, 실버크로스 성공…KT, 3위로 추락하며 자존심 구겨
올해 이슈는 SK ‘AI 컴퍼니 전환’, KT ‘신임CEO 선임’, LG유플러스 ‘플랫폼 기업전환’

[편집자 주] 어느덧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보름 정도 남겨뒀다. 올해 전세계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기업들마다 복합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내고자 동분서주했던 한해로 기록에 남을 듯하다. <뉴스워치>에서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10개 산업을 분야를 살펴보는 연말결산 시간을 마련해봤다.

국내 대표적인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최양수 기자
국내 대표적인 이동통신 3사 로고.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별 다른 이슈 없이 잔잔하던 이동통신업계에 올해 엄청난 일이 발생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표적인 이동통신 3사(社)의 순위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통신업계에서는 만년 3위이던 LG유플러스가 2위로 올라서면서 실버크로스(Silver Cross)에 성공하며 변화가 없을 것 같던 통신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회선은 1801만6932개로, 1713만3388개인 KT를 앞섰다. LG유플러스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통신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LG유플러스의 가입자가 전년동기대비 15.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KT 가입자는 0.9% 증가하는 데 그친 결과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원래 2위 자리에 있던 KT는 통계 착시를 제대로 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물인터넷(IoT) 사업전략과 자원배분에 따른 결과로 LG유플러스가 월 요금 1000~2000원에 불과한 원격관제 회선을 과도하게 늘렸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실제 이동통신사 주력상품인 휴대폰 가입자는 9월 기준 KT가 1359만명, LG유플러스가 1101만명으로 258만명 격차로 여전히 앞선다. 양사 실적자료에서도, 알뜰폰에서 회선 제공 이동통신사를 구분해 전체 집계한다면 KT가 전체 회선 규모에서도 여전히 LG유플러스를 앞서고 있다.

9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KT는 30.1%를 기록했으며 LG유플러스는 28.8%로 양사간 격차는 1.3%p(포인트)로 좁혀졌다. 아직 LG유플러스를 완전한 2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견줘 시장점유율이 3% 상승하며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통신시장을 흔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통신시장이 출범한 이후 정부가 집계한 공식통계에서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2위를 차지한 데 대한 충격은 적지 분위기다. 이로 인해 통신업계 각 3사는 공방을 시작하면서 순위 방어와 순위 탈환으로 이어지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고착화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삼화타워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진행된 SKT A.(에이닷) 출시설명회. 사진=최양수 기자
삼화타워 SK텔레콤 기자실에서 진행된 SKT A.(에이닷) 출시설명회. 사진=최양수 기자

또 올해 통신3사별 이슈를 살펴보면 SK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컴퍼니 전환’, KT는 ‘신임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 선임’, LG유플러스는 ‘플랫폼 기업전환’을 통해 바쁘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 인사에서 CEO 유임에 성공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해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위해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AI인프라 ▲AIX(AI전환) ▲AI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통신용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솔루션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서비스사업부’와 ‘글로벌·AI테크사업부’, ‘T-B 커스터머사업부’와 ‘T-B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등 AI를 중심으로 한 4대 사업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AI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톱 팀’까지 신설했다.

또 이 전략의 핵심에는 AI 서비스 ‘A.(에이닷)’이 있다. 에이닷은 최근 아이폰에서도 사용 가능한 통화녹음 기능을 비롯해 음악 추천, 수면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재계 순위 12위 KT는 올해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를 경험했다. 지난 3월 구현모 전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고 새로운 대표로 추천된 윤경림 사장은 내정 20일 만에 공식 사퇴했다. 이사진도 모두 물러났다.

KT는 새로운 대표와 이사를 뽑기 위해 태스크포스팀(TFT·Task Force Team)를 차렸다. 대표 후보만 27명이었고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기업부문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 최종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거쳐 지난 8월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낙점했다. 약 5개월간의 경영 공백을 마무리한 것이다.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김 대표는 “KT가 ICT 대표 기업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연말 인사를 통해 상무보 이상 임원 20%를 축소하는 등 KT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사진=최양수 기자

지난 3년 간 LG유플러스를 이끌었던 황현식 대표도 다시 한번 유임되면서 CEO로써 경영을 이끌게 되면서 신사업 발굴에 매진을 할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기업전환’을 완성하기 위해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 3.0 등을 골자로 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해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성과를 내는 'U+3.0'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황현식 2기 체제’에서는 LG유플러스가 추진해온 ‘유플러스 3.0’이 구체화되고 신성장동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기업전환’이라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2027년 비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40%로 확대하고 기업가치 12조원 시대를 연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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