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서울의 한 공동주택에 사는 지인은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고통을 받았다. 음식점에서 ‘오후 9시 이후 영업 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윗집 주민이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자주 술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인은 여러 사람이 윗집 거실을 오가며 쿵쾅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집에서 콕! 핵심 방역수칙도 콕콕! 짚어드릴게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떨쳐내자는 취지로 제작한 영상은 온 가족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집콕 댄스’를 소개했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했다. 연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던 상황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6인 가족이 춤추는 장면은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현 방역지침에 맞지 않는다. 층간소음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았다. 

코로나19 방역지침 강화로 ‘집콕족’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일상을 집에서 해결하면서 크고 작은 소음이 이웃 간 불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최근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6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000여 건보다 51%가량 증가했다.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라면 한번쯤 피해를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건축 구조의 원인이 크다. 2014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층간 두께와 바닥 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몇 해 전 감사원에서 발표한 감사내용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감사내용에 따르면,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와 민간 건설사에서 시공한 6개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전체 96%에 달하는 184가구가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하락했다.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아예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건설사의 시공 절차는 부실했다. 대상 아파트 중 88%가 시방서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됐다. 성능 인정을 받은 바닥구조재라 하더라도 견본 세대에서 소음 성능을 재확인한 후 본 시공에 착수해야 했지만, 절반 이상의 현장에서 시공상 편의를 이유로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속임 시공을 했다는 말이 된다. 수익 창출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의 과욕이 층간소음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들을 야기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층의 바닥임과 동시에 아래층의 천정이 되는 콘크리트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의 바닥두께가 두꺼워지면 그만큼 건축비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이어진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이 두꺼워지면 가구당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바닥두께 조절 외에 아파트의 층고(層高)를 높이거나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등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건축비용 증가 등으로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 기존 입주민들에게 ‘이사떡’을 돌리며 새로운 이웃이 되었음을 알리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웃 간 왕래가 없다 보니 앞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사소한 문제로 오해와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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