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절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사기 범죄가 1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란 말이 생겨난 것 같고, 또한 적잖은 사례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기(詐欺)는 남을 속여 이익을 얻는 범죄다.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다고, 약속을 못 지켰다고 사기라 하지는 않는다. 남을 고의로 속여 이익을 얻어낼 때 사기라 한다. 

최근 경북 구미에서 아파트 분양대행사가 입주민들에게 주기로 했던 입주지원금 10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대표까지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6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구미 강변뉴타운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입주민 중 일부가 분양대행업체 D사를 분양사기로 고소했다.

진흥기업은 2016년 이 아파트 528가구 중 70가구를 분양하지 못하자 올해 4월 D사에 분양을 대행하도록 했다. D사는 판매 홍보를 하면서 분양 계약 및 입주 때 가구당 1900만원의 지원금을 지난달 말까지 주기로 했으나 52가구(9억9000만원)에는 지급하지 않았다고 입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피해 입주민은 "우리는 미분양 물량 처분이 진흥기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았다"며, "실제로 아파트 1층 분양사무실에서 계약이 이뤄진 데다 담당 직원도 '진흥기업' 명함을 갖고 있었고, 계약서류에도 진흥기업이 명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진흥기업은 지난 7월 해당 상황을 인지했으나 해결에 대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해당 입주지원금의 미지급은 D사 측의 과실로, 진흥기업은 책임이 없다. 입주민들이 D사를 대상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열심히 한다고 한 정책 홍보가 사태를 더 꼬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동탄 공공임대주택 방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정책 고민 없이 오로지 얄팍한 홍보만으로 대놓고 국민 눈속임에 나선 정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권 초부터 제기된 ‘쇼통’ 논란이 이젠 보여주기식 쇼를 넘어 조작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한 중진 언론인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집값만큼은 자신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집값과 전세가는 연이어 폭등하고 서민들은 한숨만 토한다. 이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24차례 내놓았지만 서민들의 고통과 한숨이 늘어나니 보여주기 ‘쇼통 이벤트’라도 해 위안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 임대주택 행사에 인테리어비와 행사 진행비 등 총 4억50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41㎡(전용면적 12평)짜리 복층형과 44㎡(13평)짜리 투룸형 아파트를 둘러봤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두 집을 ‘때깔 좋게’ 꾸미기 위해 커튼과 침대, 식탁, 벽그림 등을 새로 넣고, 인테리어 보수 공사까지 했다. ‘그분’을 위해 연출을 한 것이다. 여기에 4290만원이 들었다. 

행사 진행을 위한 MC 섭외와 영상 촬영, 유튜브 비용 등으로 4억1000만원을 썼다. 임대주택 전세보증금 6000만원의 7배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같은 크기의 인근 민간 주택 전세가(2억원 안팎)의 2배가 넘는 돈이다.

사실 이 아파트 단지에선 누수와 곰팡이 때문에 하자 신고가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수차례 입주자 모집을 했지만 아직도 1640가구 중 25%인 410가구 정도가 비어 있다고 한다. 

일부 입주민은 “LH 측이 대통령에게 보여주겠다고 새벽까지 드릴 작업과 공사를 해서 피해를 봤다”라고 밝혔다.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책 홍보라면 4억원이 아니라 40억원, 400억원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관심 끄는 사진 한 장을 위한 연출에 들어간 돈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민간기업이었다면 지난해만 임대사업으로 1조8000억 적자를 낸 회사가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1시간 행사에 4억원 넘는 돈을 쓸 수 있을까. 

이 정부에선 부처 장관이든 공기업 임원이든 세금이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자기들 쌈짓돈처럼 아무 때나 국민 눈치 보지 않고 세금을 낭비한다. 이번 임대주택 방문 이벤트는 그런 다양한 사례 중 하나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