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몇 해 전 대형 건설사가 39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중징계를 받는가 하면, 한 분기에 3조원 대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세모그룹, 동양과 효성그룹 등 크고 작은 기업에서 일어난 분식회계 사건도 잊을 수 없다.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환부(患部)라 할 수 있다. 어물쩍 넘어가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암 같은 존재다. 그냥 두면 시장은 반칙과 부정이 판치는 아수라장이 될 것은 뻔하다.

‘분식(粉飾)’은 보여주기 싫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분을 바르는 것이다. 예컨대 가공의 매출을 기록한다든지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등 기업 경영자가 결산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는 다수를 속이는 범죄행위다. 

건설사의 단골메뉴였던 담합처럼 분식회계와 주가조작도 우리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기업은 회계장부를 꾸며놓고 투자자들이 투자해 주기를, 정부에서 세금을 줄여 주기를, 임직원들이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동의해 주기를 바란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대기업 그룹 부회장과 전·현직 간부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은 2015년 이뤄진 두 관계 회사의 합병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고 판단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부회장 등을 기소했다.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대기업 그룹의 분식회계 의혹 핵심은 두 관계 회사의 합병 문제다.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회사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자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이 내놓은 자회사의 가치평가는 8조원, 자회사가 자체 평가한 기업가치는 3조원. 5조원이라는 큰 차이가 생겼고, 이를 사후에 맞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도 분식회계는 이뤄진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나 실적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부풀린 영업실적을 언론에 발표하면 주가는 오르게 된다. 

D제약이 2018년 말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다. D제약은 개발 중인 항암제 임상 연구 결과가 해외 유명 학술지에 실린다는 기사를 냈다. 주가는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D제약의 학회지 투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주가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바이오주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D제약 측은 실무자의 실수라며 ‘정정공시를 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오보를 두 달 넘게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거래소가 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데 대해 ‘중요 공시사항이 없다’고 답한 것은 고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개인투자자가 공시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기업 사정을 제대로 알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나 임상연구와 같이 기업가치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투자자에게 제대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게주인이 점포를 매각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휴일이나 장사가 잘 되는 시간에 매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가짜 손님을 동원하기도 한다. 막상 계약을 하고 나면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당시 D제약 측은 “어떠한 이득도 취한 사실이 없는 만큼 주가조작 가능성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는 분명히 있다. 거짓정보로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나쁜 가게주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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