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국회의장을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이 한국·UAE의 전통적 원전 협력 라인을 강조하며 원전 기술 제3국 진출을 기대했다. 박 의장은 이날 "양국의 관계는 원자력발전소와 아크부대의 존재로 상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전 건설은 양국이 공동으로 제3국 진출하는 것까지 희망한다"고 했다.

박 의장의 이같은 미래지향적 '원전 협력' 강조는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가 사실상 고사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선 원전을 외교 전략으로 이용하는 건 현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기술은 핵폭탄 제조 기술과 비교할 수 없다. 원전(原電)은 적어도 200만 개의 부품이 얽히고설킨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체다. 독자적으로 원전을 만들고 수출도 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정도다. 여기에 핵보유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UAE 바라카 원전에 사용한 APR1400 원자로형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과 유럽 사업자 요건을 모두 얻었다. 이는 자기들 땅에 원전을 지어도 좋다는 인증이다.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한국형 원전 해외 세일즈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두산그룹이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친환경 에너지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지만 그걸 유도한 장본인은 원전 세일즈를 계속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탈원전 폭주 자체가 무리수였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탈원전 몰이에 가담한 공무원 몇몇은 구속돼 감옥살이까지 하게 생겼다. 무단 삭제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문서 복원 과정에서 ‘북한 원전 건설 시도’ 의혹까지 들춰졌다.   

탈원전론자들은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가 재앙 수준이기에 원전을 더 이상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가압경수로로 폭발 가능성이 낮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일본의 비등경수로와는 안전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UAE는 수십 조원을 들여 한국형 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대통령이 참석한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사업도 역풍을 맞고 있다. 원전을 풍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풍력발전량을 실제보다 엄청나게 과대 포장한 탓이다. 대통령은 풍력단지 발전용량이 8.2GW로 원전 8기(1.4GW 신형 원전 기준 6기) 발전량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론상 가능한 설비용량일 뿐 실제 발전량은 최대치로 잡아도 대통령이 제시한 수치의 3분의 1 정도라는 것이다. 원전은 1년 365일 24시간 돌릴 수 있어 발전량이 설비용량의 80~90%에 달하지만 풍력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그것도 1년 내내 발전 가능한 수준의 바람이 불어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는 공정률 30%에서 중단됐다. 79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음에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면 48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신안풍력단지를 건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세계는 원자력을 필요로 한다. 은퇴 후 에너지 전도사로 변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가장 큰 목표는 "인류를 위한 안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 핵심에 원자력이 있다. 그는 줄곧 "4세대 원전만큼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발전원은 없다"면서 원전-재생에너지 병행론을 설파 중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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