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 난을 통해 대한민국 저출산 위기와 그 심각성을 몇 번 거론하며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최근 한 정치인이 구상 중인 특단의 대책에 눈길이 가는 건 그 발상이 획기적이기 때문이다. 김두관 의원의 기본자산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 태어난 아기가 14만2000명에 그치며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9.9% 감소한 것으로,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하는 ‘합계출산율’은 2분기 기준 0.84명으로, 역시 역대 최소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연간 기준으로 가장 낮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37개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언론이 지난 6년 내내 ‘OECD 꼴찌’라며 정부를 힐난했지만 추세 변화는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각종 인구 지표는 ‘불길한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내려가는 해다. 연간 출생아가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2017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출생아 20만 명 시대가 열렸다. 

이 정도면 전쟁 때나 발생하는 미증유의 국가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금의 저출산 추세라면 2300년에 가서 우리나라는 사실상 소멸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세상살이 왜 이렇게 힘이 드는가? 요즈음 같아선 아이를 낳아 키울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낳아 교육할 생각을 하면 암울해진다.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조사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1명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드는 교육비는 총 8552만원이었다. 대학 등록금까지 고려하면 다른 비용은 뺀 교육비로만 1억원 이상 드는 것이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소득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돼 상대적 발탈감이 커져 간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역부족이고 백약이 무효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을 받는데, 젊은이들이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하겠는가. 

요즘 시대에 경제력 없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전까지 결혼을 미루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사회는 옆의 친구보다 취업을 위한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라고 끝없이 경쟁을 부추긴다. 하지만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채 1년도 안 돼 힘들게 얻은 직장을 떠난다니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그 많은 혈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정부는 10년간 무려 210조원이라는 거액의 세금을 쏟아 부었다. 해마다 ‘특별 대책’이란 걸 내놓았지만 허사였다. 

어떤 학자는 인구정책에 헛돈만 날렸다고 평가하고,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는 묘책으로 공무원 선발제도 활용을 제안하기도 한다.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에 다자녀와 신혼부부가 해당되듯이, 공무원 시험에서도 다자녀와 신혼부부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 정책이 현실화하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먼저 낳는 게 공무원이 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다자녀일수록 공무원 채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부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현행 아동수당도 존속시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이 실효성 없다 보니,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 대책을 내놓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김두관 의원이 구상 중인 기본자산제의 기본 틀은 아이가 출생할 때 한 아이당 2000만원 계좌를 열어주고, 특정 이율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출생아 30만명 기준(올해 27만명)으로 매년 6조원 가량이 소요된다. 이 계좌에 있는 돈은 만20세 성인이 된 뒤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은 “20~25세에 4000만~5000만원 수령이 가능하며, 이는 기본자산 형성뿐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충격 효과도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인구감소는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연금을 포함해 재정과 공적 기금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상황이 되며, 이러한 부담에 직면한 젊은 세대가 다시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구절벽에 매달려 인류 최초로 소멸 위기에 놓인 우리에게 그 탈출법은 간절해 보인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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