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기업 활동에 윤리 도덕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윤리규범을 정해두고 임직원들이 그 기준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고 있다. 

한전 및 한전그룹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갑질문화 청산과 청렴실천에 발 벗고 나선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건설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취업규칙’에는 ‘직원은 직접·간접을 불문하고 어떤 명목이든지 공사(公社)와 이해가 수반되는 제반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으로부터 향응 등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은 있으나마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각종 비리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한 국회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LH 임직원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비리로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이 75명이었다. 이 중 중징계인 해임·파면 처분을 받은 직원이 22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취업규칙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 입건됐고, 14명은 4년간 5억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국민연금공단 전경.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4명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과히 충격적이다. 국민연금 운용인력의 이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약 혐의까지 불거져 750조원이 넘는 국민의 노후자금이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마약 혐의를 받고 있는 운용역들은 기금 중 약 90조원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운용역의 역량에 따라 기금운용 수익률이 달라질 것인데, 마약에 취해 업무를 볼 경우 정상적인 투자 결정은 쉽지 않을 듯하다. 과음 후 운전대를 잡는 것처럼 위험해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기강해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기금운용본부 퇴직 예정자 3명이 기밀정보를 빼내 개인 컴퓨터와 외장하드에 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금운용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즉각 보고하지 않고 미적대다 논란을 키웠다. 

2018년에는 기금운용본부 직원 114명이 5년간 해외 위탁운용사로부터 해외연수 비용 8억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임직원의 윤리도덕 문제로 비난을 받는 공기업이 국민연금뿐만은 아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1년 3개월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한 최창학 사장에 이어, 임직원의 비리가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있다. 

최근 감사원의 공직기강 점검 결과, LX의 비리 민낯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25장에 이르는 감사원의 문책요구 조치사항은 LX 임직원이 인사·예산·계약 과정에 부당 개입한 정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승진 요구, 허위 예산편성 및 부당집행 요구, 예산집행 부당 개입, 특정 단체 기부 요구, 공사계약 때 특정 업체 알선 등 ‘비리의 온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놀라운 것은 윤리도덕 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LX가 2018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양호(B) 등급을 받아 220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챙겼다는 점이다. 

2019년 경영평가에서는 감사원의 문책요구에도 불구하고 ‘C등급’을 받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올해도 수십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최근 몇 년 새 납품비리 연루와 해외 직원 음주운전과 성추행 등등 구성원들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비난을 받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2013년 ‘원전비리’ 이후 밝힌 뼈를 깎는 반성과 변화의 노력은 오간 데 없다. 

2018년 말 한수원은 직원의 납품비리 연루로 곤혹을 치렀다. 납품업체가 원전부품 입찰담합 행위로 처벌된 적은 있으나, 한수원 직원이 납품비리에 개입해 적발된 것은 처음이었다. 도덕적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다. 

한수원 직원들은 협력업체 로비를 받고 원전안전에 필수적인 ‘철제 외함’ 2개를 납품한 것으로 위조해 협력업체에 부당이득을 안겨주었다. ‘철제 외함’은 변압기를 지진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빠진 변압기를 납품받은 것이다. 그들은 이를 대가로 서울과 부산에서 접대를 받고 상품권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해외현장 직원들의 볼썽사나운 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도 했다. 아부다비지사에 파견된 직원은 음주운전으로 현장 보안요원에게 적발됐고,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에 나가 있던 간부 직원은 필리핀 여성을 수개월 동안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수원은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우수 기관, 2017년 한국감사협회 주관 청렴윤리부문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2018년 기재부 ‘윤리경영’ 평가에서는 양호(B) 등급을 받았다. 한수원이 국내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대표 공기업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공기업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런 만큼 최상의 청렴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한 공기업 홈페이지에는 ‘옳은 일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반부패경영시스템 업무의 기본 정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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