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는 ‘사상 최악’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지표가 줄줄이 나왔다. 실업자 114만 명, 청년층 체감실업률 25.6%, 구직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 1665만 명 등이다. 

이런 통계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당시 정부가 그동안 잘 쓰지 않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5월부터 고용 상황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2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두고도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새 통계 방식이 적용된 지난 2분기에도 하위 20%는 근로소득이 18% 감소하고 전체 소득의 47%를 각종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생계를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표와 숫자로 우리의 인식을 속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래프에서 양(量)을 나타내는 기준점을 바꾸면 사소한 차이가 크게 과장된다. 그 반대도 왜곡을 가져온다. 

예를 들면 지구 평균온도의 변화를 0도에서 시작하는 그래프로 만들면 거의 변화가 없는 수평선처럼 보인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0.1도 상승이라도 지구의 기후환경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현 정부에선 통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2018년 소득주도 성장 성적표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정부는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통계청장은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현 정부는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자 재정을 투입해 고령자 단기 알바 자리를 집중적으로 늘려왔다. 2018년 50만 개였던 고령자 단기 일자리는 지난해 60만 개, 올해는 73만 개로 증가했다. 청년 단기 알바도 재정을 투입해 꾸준히 늘려왔다. 고용의 질(質)은 무시한 채 취업자 수만 늘리는 일종의 ‘일자리 분식(粉飾)’을 한 것이다.

정부의 ‘맞춤 통계’는 국민을 속이는 것일 뿐 아니라 정책 효과를 왜곡해 국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 통계를 조작했다 들통이 나 2011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통계 수치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관점을 흐트러뜨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권력을 잡고 있는 쪽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유지에 유리한 내용에 더 솔깃해지게 마련이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올해 초 “소주성으로 일자리가 확대되고 소득분배가 개선된 성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한 지 며칠 만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소득통계 작성 방식을 바꿔 버렸다. 정부·여당은 여간해선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새 87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오자 통계청장은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질문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만1000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4월의 47만6000명 감소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며, 8개월 연속 감소해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고용률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하락해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통계에서 보듯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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