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국내 대학들이 지난 3년간 대학입시 전형료로 4500억원 이상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각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전형료가 만만찮아 부담이 되고 있다. 한 일간지에 실린 다음의 독자투고는 수험생 학부모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전형 유형별로 차이가 나는데 학생부 교과 3만2000원, 학생부 종합 4만3000원, 논술 위주 5만∼6만원, 실기 위주 6만원 이상이어서 아직 학생 신분인 고교생이나 재수생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납부하기가 쉽지 않다. 통상 6차례까지 지원이 가능해 다 지원할 경우 적게는 19만원에서 많게는 36만원까지 전형료를 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로서는 가계 부담이 크다 아니할 수 없다.’ 

대입 전형료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해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줬던 것 중 하나가 대학입시 전형료”라며, “교육부가 대학들과 협의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희망 고문’에 지나지 않았다. 2018년에 전형료가 전년에 비해 인하됐지만 2019년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결국 3년간 1인당 대입 전형료는 4243원 인하에 그쳤다. 

지금의 대학입학시험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고생을 하게 돼 있다.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자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6번까지 대학을 선택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대입 전형료로 한 해 평균 수십 만원이 들어간다. 재수, 삼수를 한다고 하면 전형료는 몇 배로 들어간다. 아직 소득이 없는 학생들을 상대로 대학은 입시로 부수입을 올리는 셈이 아닌가. 

대학은 시험을 치르면 치를수록 돈이 쌓인다. ‘대학입시가 한 번 끝나면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뼈있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회자되는 건 아닌 듯하다. 

우리 대입제도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입학전형은 조합하면 1000 가지가 넘고, 진학지도 교사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입시철마다 복잡한 ‘입시 난수표’를 꿰맞추느라 많은 학부모가 몸살을 앓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대입제도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골탕을 먹고 비용도 늘어난다. 시간당 수십 만원을 내고 입시 컨설팅을 받는 이유도 복잡한 입시전형 때문이다. 

때때로 교육당국과 대학들이 대입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대입 수요자들의 체감지수와는 격차가 너무 크다. 

대다수 학부모는 대학입시의 각종 용어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다. 한국 입시제도는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블랙코미디’가 돼 있다.

대학 진학에 쏟는 에너지와 비용이 만만찮다. 학생들이 힘든 건 전적으로 기성세대 탓이 크다. 우리네 삶을 혼란스럽고 어렵게 하는 규정과 제도는 또 하나의 적폐다. 

고3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면접 등이 늘어나고 입학 전형 규모나 과정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는데도 대학들이 전형료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지원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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