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건설업계는 요즘 불량 레미콘 문제로 시끄럽다. 

경찰 수사는 끝났고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상태지만, 불량 레미콘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현장을 중심으로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고, 일각에선 시공현장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레미콘 업체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신성콘크리트공업이다. 이 회사 임원 B씨 등은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건설사에 약정한 비율보다 시멘트와 자갈 함량이 낮은 레미콘을 만들어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배합 프로그램 개발업체로부터 레미콘 배합 비율을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공급받은 뒤 실제로는 함량 미달 레미콘을 납품하면서 건설사에는 정상 비율로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제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양시를 포함해 파주와 의정부, 서울 종로와 서북부 등에 불량 레미콘이 납품된 것으로 추정 됐다. 아파트, 오피스텔 등 400여 곳의 공사현장에 사용된 부적합 레미콘은 20만 대 분량, 시가로 900억원 상당이다.

또한 건설사 9곳의 직원들은 함량 미달 레미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뒷돈을 받고 이를 납품받아 건물을 지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이 신성콘크리트공업을 포함한 14개 레미콘 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5000여만원이다. 9곳의 건설사는 모두 시공능력평가 기준 20위 내에 드는 건설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경찰은 피의사실공표 등을 이유로 레미콘 업체를 밝히지 않았지만 누리꾼들이 자체조사를 통해 해당 업체를 찾아내 거세게 항의했고, 신성콘크리트공업의 홈페이지는 마비가 됐다. 신성콘크리트공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과 함께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들은 ‘우리 집에 불량 레미콘이 사용되지는 않았을까?’ 반신반의 속앓이를 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이미 지난해 시멘트 업계 4위 성신양회가 900억원 상당의 불량 콘크리트를 공급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정작 벌금 2000만원에 그쳤고,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피해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신양회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시공현장은 공식적으론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단지명이 언론과 몇몇 피해 주민들의 노력으로 밝혀졌을 뿐이다. 여기엔 H, D, G건설 등 건설 대기업이 시공하는 현장이 들어가 있다.  

성신양회 불량 레미콘 사건 때 일부 주민은 아파트가 불량 레미콘으로 시공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자칫 아파트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체들 역시 레미콘업체에 속아 불량 레미콘을 비싸게 납품받아 놓고도 노출을 꺼려 성신양회에 손해배상 청구는커녕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청원까지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레미콘 강도가 약할 경우 당장 건물이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하자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지을 땐 철근 등도 함께 시공하기 때문에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낮더라도 벽을 손으로 긁으면 콘크리트가 떨어지거나 균열이 일어나는 등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성콘크리트공업의 불량 레미콘을 공급받은 시공현장을 공개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협의회 차원에서 시공사에 해당 레미콘 사용 여부를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값이 내려가는 것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아파트에 실제 불량 레미콘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 역시 시공사와 단지명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

어제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조광희 의원은 그동안 발생한 성수대교 및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에 관련된 레미콘업체,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고 영구 퇴출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웅식 경제산업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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