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젠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 요지의 재건축으로 많은 이득을 보기란 어렵게 됐다. 일정 금액 이상의 이익은 정부에서 거둬 가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은 공사비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시공사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익이 적은 곳에 인심이 나기는 어려운 법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신사업 발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거나 별도 자회사 설립, 인수합병(M&A)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GS건설은 스마트 양식장을 직접 운영해 대서양 연어를 연간 최대 500t 생산할 계획이다. SK건설은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세계 최대 건설자재·공구 제작 전문기업 힐티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고기능 부타디엔 고무 생산’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사업을 인수했다. 대우건설은 통합 자회사를 통해 소규모 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 스마트홈 개발에 나선다.

주택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권을 따냈다. 

이처럼 건설업계도 ‘돈이 되는 건 다 한다’는 분위기다. 이제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국내 손실은 상당하다. 

7000억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이 대표적이지만 한전의 경우 10조원 넘던 흑자가 적자로 돌아섰다. 모두 국민 부담이다. 

정부 계획에 맞추어 사업을 준비하던 두산중공업은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서 7000억원에 달하는 사전 제작 비용을 날리고, 지금은 정책 자금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부품업체 수백 곳 역시 고사 직전에 이르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연구인력 확보다. 앞으로 학생들이 원자력공학을 기피할 것은 당연하다. 가동 중인 원전 관리를 위해서도 전문 인력은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완공 후 우리가 맡는 것이 확실했던 3조원짜리 장기 정비계약이 공개 입찰로 바뀌면서 우리는 프랑스 회사 하도급으로 전락했다. 우리 몫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도 아프지만 기술 유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 대형건설사 해외영업 담당 임원은 “유가 하락과 중동 발주 감소, 저가수주를 무기로 한 중국 건설사들의 공세, 정부지원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건설 시장이 어려워졌는데, 정부에서는 ‘내 탓 아니다’고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즈음 몇 년 전 UAE 바카라 원전 수주 때의 일화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최근 한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을 인용해 본다. 

2009년 11월 초 대한민국 대통령이 UAE 실권자인 왕세제에게 통화를 제의했다. UAE 원전 사업에 대해 한국의 참여 의향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UAE 측은 통화를 네다섯 차례 미루더니 결국 무산시켰다.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UAE 원전 수주는 사실상 프랑스로 결정된 상태여서 왕세제 입장에서는 굳이 통화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한국이 수주하면 프랑스보다 더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UAE 측이 아쉬워하는 안보·경제 분야까지 협력을 제의했고, 이에 감동한 왕세제는 결국 한국에 원전 시공을 맡겼다. 

​UAE 원전 수출은 중동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가외 성과도 올렸다. 당사국인 UAE는 자국 생산 유전과 석유 광구 개발권을 한국에 부여하고, 한국에 대형 저장탱크를 건설했다. 

당시 왕세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알라신이 우리에게 석유를 주신 것은 우리만 쓰라는 것이 아니다. 친구도 같이 써야 한다. 한국은 아무 걱정 하지 마시라.” 당시 유가가 100달러를 오가던 상황인 만큼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해외건설의 난이도는 국내건설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수주 환경은 국내에서보다 적대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이 관리하기 어려운 외부 위험 요인도 많다.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기업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한 발주자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만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건설 수주는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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