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재단 설립 때 8500억원 사재출연…당시 최대 규모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서 어떤 역할할지 ‘관심 집중’  

[뉴스워치] 지난 2006년 정몽구 회장은 후계구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 사회봉사명령이 포함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다. 이때 정 회장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실제로 정 회장은 2011년까지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 2013년 이노션 주식 2000억원 등 총 8500억원을 정몽구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으로 기부했다. 

정몽구재단은 설립자의 사회공헌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인재 양성, 소외계층 지원, 문화예술 진흥 분야에서 다양하고 특화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2012년 순직·공상 경찰관 자녀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순직·공상 소방관 자녀로 대상을 확대, 2019년 현재 누적 장학생 수는 2300여명, 장학금 총액은 30여 억원에 이른다.

당시 출연금이 개인재산이고 최대 규모란 점에서 ‘통 큰’ 기부란 얘기가 많았다. 

업계에서는 공익재단이 증여세나 상속세 탈루의 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오너 일가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재단 이사회만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놓고 청계재단을 만들어 뒷전에서 좌지우지한 것과 비슷하다. 

몇 년 전, 대기업 부회장이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맡을 때, 그리고 이사장직을 연임했을 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부회장이 그것도 재벌3세가 왜 공익재단 이사장직에 연연해하는 것일까? 의료·노인복지, 효(孝) 문화 확산 등 사회공헌활동 사업을 진행하는 공익재단을 연임해 맡으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핵심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었다. 우리 재벌들의 공익재단은 외관상 공익사업을 하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벌총수가 특정인에게 자신의 재력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넘겨줄 수 있는 키(Key)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거액의 기부약속이 공익재단 출연으로 이어지고, 공익재단의 재산은 이후 자식에게 승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시대가 열렸다. 정 신임 회장은 자동차산업 전환기를 맞아 미래차를 비롯해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중책을 맡았다. 

지난 2년 동안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직책으로 사실상 총수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는 정식 회장으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동시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정 회장의 앞길이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 하도급 거래 등 재벌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고, 준법경영, 공정경쟁에 힘써 국민 신뢰를 얻는 게 긴요하다. 

더 큰 문제는 정의선 시대의 마지막 퍼즐인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2018년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신설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불공정 논란이 일자 취소한 바 있다. 

정 회장이 가진 현대차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은 현대차 2.62%, 현대모비스 0.32%, 기아차 1.74% 등 미미한 수준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지분(현대모비스 7.13%와 현대차 지분 5.33%)을 증여·상속 받더라도 과도한 증여·상속세 때문에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정몽구재단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실상 재단 설립자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재단의 지배권을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넘길 가능성은 커 보인다.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정몽구 회장의 ‘통 큰’ 기부가 어떤 결실을 볼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웅식 산업경제부 부국장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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