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첫 사망자 발생 이후 사망자 계속 늘면서 사상 최대 기록
방역당국 “영업시간 밤 11시로 완화하고, 내일부터 즉시 시행” 발표
대통령선거를 염두한 ‘민심 잡기’ 아니냐는 지적도…청와대, 해명 내용 발표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및 사망자 증가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대책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풀어주는 것은 ‘표심’을 잡기 위한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도 새어나고 있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방역 상황의 변화와 여러 가지 의견 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초 3월 13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던 거리두기 조치를 앞당겨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방역지침을 비판하는 간판./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정에는 현행 방식에서 운영시간 1시간 완화만 포함됐다. 이에 따라 현재 1·2·3그룹 및 기타 그룹 일부 시설은 밤 10시가 아닌 밤 11시까지 운영이 가능해졌다. 시행 일자는 내일(5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1그룹은 ▲유흥시설(유흥주점, 단란주점, 클럽(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무도장), 2그룹은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로 사실상 국민과 밀접한 시설들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가 완화됐다.

3그룹 및 기타에 포함된 ▲평생직업교육학원 ▲PC방 ▲오락실 ▲멀티방 ▲카지노 ▲파티룸 ▲마사지·안마소 ▲영화관·공연장(23시 시작 허용, 종료시각 익일 01시 초과 금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의 방역조치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를 발표한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일일 사망자는 역대 최다 숫자를 기록했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2020년 2월 20일 첫 발생한 이후 계속 증가하는 양상이었다. 2020년 12월 15일 두 자리 수(13명)를 돌파했고, 1년 뒤인 2021년 12월 23일 세 자리 수(109명)까지 넘어섰다.

이후 사망자 수는 100명 안팎을 넘나들다가 3월 4일 186명으로 전날보다 58명 급증했다.

방역당국도 같은 날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1월 3주차부터 확진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26만명을 초과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를 갱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유행의 정점 시기와 규모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3월 중순 26~35만명 내외 발생이 예상된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상황 그래프./캡처=김민수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상황 그래프./캡처=김민수

정부가 일상회복지원위원회와 관계부처 및 17개 시·도 회의 등을 통해 거리두기 조정 방안에 대한 논의 현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의료분과 등 전문가들은 잦은 변경으로 인한 혼란 및 해외사례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유지 및 정점 이후에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경제민생·사회문화·자치안전 등 대다수 분과에서는 오미크론 특성으로 인한 거리두기 수용성 저하와 방역체계 개편과의 정합성, 민생경제 애로 등을 고려해 거리두기 폐지 또는 운영시간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다수의 의견이 모아진 ‘운영시간 완화’로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을 결론 내렸다.

일각에서는 운영시간 완화 조치가 오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부 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도 이번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자영업자 A씨는 “1시간이라도 영업시간을 늘려준 점에 대해 환영하지만, 방역패스를 철회했듯이 아예 영업시간 및 운영인원을 모두 해제해야 한다”며 “이미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는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데 방역 대책을 풀어주는 것은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라며 “대선을 의식한 방역대책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은 논란이 계속 되자 결국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은 청와대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수현 수석은 “중대본에서 오미크론 거리두기 조정을 발표한 내용은 청와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님에도 출입기자들의 질문이 있어 청와대가 공유하고 있는 상황 인식과 배경을 설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분석결과, 거리두기 조정은 중증환자 규모와 발생 시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3개월 동안 지속된 고강도의 거리두기로 인해 소상공·자영업자의 고통이 극하고, 거리두기의 효율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소상공ㆍ자영업자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전가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수석은 “현재의 발생 상황은 정부가 예측하고, 국민들께 알렸던 범위 내에 있으며 위중증은 예측했던 것보다 더 낮게 발생하고 있다”며 “위중증과 치명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응체계 개선과 보강을 지속하면서 정점 이후의 근본적인 개편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