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신규 확진자 5만명 넘어가면서 역학조사 등 체계적 관리 어려워져
일반관리군·집중관리군으로 재택치료 나눴지만, 사실상 ‘개인 스스로 회복’ 초점
비판적 여론 나날이 가중…공포심 조장은 이제 언론보다 정부 행보에 달려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현재 우리나라19 방역 정책의 현주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과학적 근거도, 미래 전망도 없다.
② 외국 사례는 구미에 맞는 것만 제시한다. 
③ ‘시키는 대로’ 따라오기만 해라고 윽박지르기만 한다. 
④ 도저히 손쓸 수 없을 상태가 오면 ‘이제 알아서들 해라’로 바꾼다.
⑤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바로 ‘백신’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코로나19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관련 이미지./사진=픽사베이

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과학적 근거도, 미래 전망도 없다.
지난 4일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동안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일상이 돼서 국민 누구나 알고 있듯이 각 시설에 따라 밤 9시, 10시까지만 운영이 가능하다.

밤 9시를 영업시간 제한으로 둔 근거는 딱히 제시된 바 없다. 방역당국 자체 시뮬레이션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나오긴 했지만, 11일 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5만 3926명이다.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막무가내로 어긴 사례도 없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영업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자영업자·소상공인도 정부의 방역 수칙에 대부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인원제한도 마찬가지다. 4명에서 6명으로 사적모임 제한 인원이 늘어났는데 정부가 2명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속 시원하게 설명한 적은 없다. 우선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인원이라도 소폭 늘려준 것으로 보는 게 맞다.

② 외국 사례는 구미에 맞는 것만 제시한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며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오미크론이 최초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의료진은 해당 변이에 대해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다”고 초창기부터 밝혀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작년 11월 방역 지침을 낮춘 ‘위드 코로나’ 정책을 전개한 이후 확진자가 늘자 방역 조치 강화에만 신경 썼다.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 신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외국의 ‘두려운 사례’는 크게 부각시키면서 외국의 ‘완화된 사례’는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방역규제 해제에 나서고 있다.

논란이 되자 그제야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이달 안으로 방역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강조하면서 방역 대책은 외국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격이다. ‘K-방역’은 없다. ‘K-외국사례 참고’만 있을 뿐이다.

음식점에 붙여있는 방역패스 관련 문구./사진=연합뉴스
음식점에 붙여있는 방역패스 관련 문구./사진=연합뉴스

③ ‘시키는 대로’ 따라오기만 해라고 윽박지르기만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국민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이미 우리나라는 방역패스로 반 강제로 백신 접종을 하게 해왔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식당, 카페 등 각종 시설 이용에 엄청난 제한이 발생했다.

특히 방역패스의 빠른 정착을 위해 업주들과 고객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사회 곳곳에 분쟁을 일으켰다. 그 과정에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한때 먹통을 일으키자 과태료 부과 지침을 잠시 보류하기도 했다.

과태료 부과 지침 보류가 된 당시에는 코로나19도 잠시 전파력을 멈췄을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준비도 안 된 시점에서 방역당국이 무리하게 방역패스를 추진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랬던 방역당국이 이제 슬며시 방역패스 폐지 검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2월 11일 현 시점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환자는 계속 나오는데 방역패스는 없앤다? 그럼 이전에는 왜 했는지 방역당국 스스로 물을 사안이다.

④ 도저히 손쓸 수 없을 상태가 오면 ‘이제 알아서들 해라’로 바꾼다.
방역당국은 지난 7일 발표한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 개편에 따라 10일부터 재택치료 환자를 집중관리군(60세 이상 등)과 일반관리군 환자로 분류하고,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모니터링에 돌입했다.

말이 일반관리군이지 실상은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인 국민은 집에서 스스로 잘 극복해야 한다. 재택치료 키트 구성품도 당초 7종에서 종합감기약과 검정비닐봉투를 제외한 5종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일반관리군 환자는 정기적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필요하면 비대면 진료와 상담센터 상담 등을 받아야 한다. 독감 등 기존 질환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자가 치료를 해야 하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치명률이 낮고 무증상·경증 환자가 다수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명 이상씩 나오면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셀프 코로나19 치료’가 시작됐다.

부산 남구 무지개유치원에서 한복을 입은 원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신속항원검사키트(자가진단키트)를 지급받은 뒤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부산 남구 무지개유치원에서 한복을 입은 원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신속항원검사키트(자가진단키트)를 지급받은 뒤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⑤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바로 ‘백신’이다.
방역당국이 수차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다. 1차, 2차 접종에 이어 부스터샷(3차) 접종을 강화하더니 면역 수준이 저하된 이들을 중심으로 4차 접종까지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은 1년에 한 번 접종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1년에 한 번 접종하는 것이 접종률을 높이고, 기억하는 것도 쉽다는 이유가 곁들여졌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글로벌 제약사 CEO조차 1년에 한 번 접종을 추천했지만,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개의치 않고 있다. 이미 수입한 백신, 앞으로 들여올 백신을 모조리 소진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아니겠지만, 한결같은 추가 접종 권유에 국민들의 반발감은 커져 가고 있다.

여기에 대해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춘다는 통계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백신 부작용에 대한 주의 사항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선택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취재를 위해 방역당국의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가끔씩 혼란이 올 때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방역 대책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리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일고 있다.

대구지역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16일 오전 대구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대구지역 찾아가는 학교 단위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된 16일 오전 대구의 한 학교에서 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방역 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단기적인 요소에 정책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이 집중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접종율을 올리기 위해, 당장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정책 사이에 엇박자도 생기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왔다.

이번 방역 패러다임의 변화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신속항원검사로의 검사체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 변경된 재택치료 지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다.

이번 주의 여러 정책의 변화는 국민들의 일상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이 정책의 변화는 나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반드시 상세하고 미래를 보여주는 설명이 필요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발췌)

이제라도 방역당국은 국민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방역 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의사인 전문가조차 공감하기 힘든 방역 정책의 들쑥날쑥 변화는 우리 사회에 더 큰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보도 원칙에 있어 과장된 표현은 최대한 자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 조장은 과연 언론 탓일까. 무증상·경증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일 신규 확진자 파악 및 백신 접종 독려에 매달리고 있는 정부 탓일까.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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