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대출로 부동산, 주식 등 취득 후 부모가 대신 대출금 상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미성년자 편법 증여 의심거래도 적발
국세청·국토교통부 “변칙 증여 관련 검증 체계 정교화로 공정과세 실현할 것”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코로나19가 2년 넘게 계속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편법 증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부유층에서 이른바 ‘부모 찬스’를 통해 손쉽게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편법 증여로 탈세를 하는 사례가 적발돼 금융당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3일 국세청은 대출의 증감내역과 소득 및 소비패턴 분석을 강화한 내용을 토대로 정당한 세금 신고·납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탈세 혐의자를 추출해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2022년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통해 국민 경제의 균등한 회복과 공평한 세부담 실현을 저해하는 불공정 탈세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부동산 거래 관련 변칙적 탈루혐의를 정밀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세청 박재형 자산과세국장 브리핑 모습./사진=국세청
국세청 박재형 자산과세국장 브리핑 모습./사진=국세청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는 본인의 힘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재산을 취득한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상은 ‘부모 찬스’ 및 소득 누락 등을 통해 현재의 부를 이룬 227명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본인의 소득은 고스란히 주식·부동산 취득 등 재테크에 투자해 많은 재산을 축적한 상태에서 부모가 대출을 상환하거나, 사치성 소비생활은 부모 카드로 해결한 금수저 엄카족 41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금수저 엄카족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 카드를 마음껏 사용하는 젊은 계층을 뜻한다.

본인 명의 신용카드로 호화·사치 생활을 영위하고 고가 주택을 취득했으나, 자금 여력이 부족해 변칙증여가 의심되는 자(52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소득이 적은 사람이 고액의 부동산을 다수 취득했으나, 취득 및 이자 지급 시점에 해당 자금을 지급할 자력은 없으면서 명품쇼핑 및 빈번한 해외여행 등 사치생활로 인한 고액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확인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부담부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 대출을 부모가 대신 상환했음에도 근저당권 설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증여를 은닉하거나, 자녀의 금융 채무를 부모가 인수했음에도 부모 자식 간 자금 차용 등의 행위로 가장해 세금을 탈루한 자(87명)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그밖에 신종 호황업종을 운영하면서 관련 소득 신고를 누락해 주식 및 부동산을 직접 취득하거나, 미성년 자녀에게 변칙 증여한 자(47명) 등도 편법 증여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 박재형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 계층 간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더욱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소득 대비 고액 자산 취득자에 대한 재산·채무현황 및 자력 취득 여부를 수시로 분석하고, 검증체계를 보다 정교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대출의 증감 내역과 소득 및 소비 패턴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 자력 없는 재산 취득 및 부채상환 행위에 대한 검증 수준을 한층 향상시키겠다”며 “성실신고가 최선의 절세이므로 납세자 여러분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부친이 엄카족 자녀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고 부동산 취득자금 등을 증여한 혐의 관련 컴퓨터 그래픽./사진=국세청
부친이 엄카족 자녀에게 가공급여를 지급하고 부동산 취득자금 등을 증여한 혐의 관련 컴퓨터 그래픽./사진=국세청

국세청과 별도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아파트’ 실거래조사에 나선 국토교통부도 법인 명의신탁, 미성년자 편법증여 등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집중 매수한 사례를 대상으로 실거래 기획조사를 펼쳐왔다.

국토교통부 김형석 토지정책관은 “최근 들어 법인·외지인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는 등 세제혜택과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저가아파트를 매집하는 행태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어 “저가아파트 시장에 유입된 투기수요와 시장교란행위를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한 분석과 실거래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저가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약 9만건을 분석한 결과, 법인·외지인의 거래비중은 2020년 7월 29.6%에서 2021년 8월 51.4%로 계속 증가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1억 23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의 비율은 29.8%,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로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보다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며, 임대보증금은 2배 이상 높았다.

통상 아파트 거래의 경우 평균 자기자금 비율은 48.1%, 임대보증금 승계금액 비율은 23.9% 수준이다.

특히 2020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5개월 내 법인·외지인이 단기 매수·매도한 경우는 6407건으로,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원이었다. 이는 전체 저가아파트 거래의 평균차익 1446만원보다 20.7% 높은 수준이라는 게 국토교통부 측 설명이다.

김형석 토지정책관은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해보면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적발해 경찰청, 국세청, 관할 지자체,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미성년자 갭투기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국토교통부
미성년자 갭투기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국토교통부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미성년자가 ‘갭투기’로 아파트 12채를 매수하면서 필요한 자기자금을 전부 부친으로부터 조달한 정황이 드러났다.

법인이 ‘갭투기’로 아파트 33채를 매수하면서 필요한 자기자금은 전부 대표에게서 조달한 사례도 적발됐다. 

김형석 토지정책관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법인의 다주택 매수, ‘갭투기’, 미성년자 매수 및 가족 간 직거래 등에 대한 후속 기획조사도 강도높게 추진할 계획”이라며 “거래가격이 급등하면서 법인·외지인·미성년자 매수가 많은 특이동향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투기의심거래를 심층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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