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의 목적은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제공=인터넷커뮤니티
동물보호법의 목적은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제공=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럴 땐 혹시 나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물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멀찍이 피하게 된다. 

“우리 아이는 절대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지만, 이웃에겐 맹견일 수 있다. 

지난 5월 배우 김민교가 기르던 반려견이 집 근처 텃밭에서 나물을 캐던 80대 여성을 무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여성은 허벅지와 양팔 등을 물려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지난달에는 서울 은평구 한 골목길에서 맹견으로 분류되는 로트와일러가 인근에 있던 소형견을 물어 죽인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경기 용인에서 산책 중이던 반려견이 마주 오던 진돗개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반려견 주인 부부와 지나가던 행인 등 4명이 달려들어 진돗개를 떼어내려 했지만, 진돗개는 1분여간 공격을 이어갔고 반려견은 결국 숨졌다. 

개 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 물림 사고와 관련해 견주(犬主)의 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반려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사안이다.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가 6300여 명에 달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적인 개 물림 피해자는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 2019년 1566명으로 집계됐다. 개에게 물려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2, 3명이다. 개 물림 환자 20명 중 1명 정도는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중상자라고 한다. 

개의 이빨에 찍히면 겉으로 보이는 흔적은 작아도 속으로 깊은 상처가 날 수 있고, 개의 침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침입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중 사육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입양한 경우가 전체의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독일 니더작센주는 반려견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견주의 대처 능력 등을 테스트한다. 

스위스도 반려견 입양 전 반려견 학교에서 사전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반려동물 입양 전 반드시 사전 교육을 거치도록 하고, 사고 발생 시 반려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2조는 다음과 같이 안전관리 의무를 적시하고 있다. 

‘반려견을 동반해 외출할 때는 목줄, 가슴줄 혹은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맹견 보호자는 동물이 사육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외출 시 2m 이내의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3개월 동안 반려견 훈련소를 다녔다는 김민교는 나름 개 관리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의 존재 그 자체가 문제다. 개가 너무 커서 다른 이들이 무서워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된 개라도 다른 사람에겐 위압감을 주는 맹견일 뿐이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목줄이 풀린 맹견이 아이에게 달려들어 맹렬히 짖었기 때문이다. 물리진 않았지만, 맹견의 목줄이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맹견 주인에게 항의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한 주인의 말투에 속만 끓였다.’

많은 견주들이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 “물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자신의 개를 옹호한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설사 개 물림 사고가 없어도 대형견의 존재 자체가 타인을 두렵게 한다.

동물보호법 제1조에서는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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