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앞두고 고향 거리엔 예전에 보지 못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불효자는 ‘옵’니다” “이번에는 안 와도 된당께” 등 비대면 추석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문구가 잇따르고 있다. ‘민족 대이동’으로 대변되는 추석이 코로나 확산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 거리엔 예전에 보지 못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불효자는 ‘옵’니다” “이번에는 안 와도 된당께” 등 비대면 추석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문구가 잇따르고 있다. ‘민족 대이동’으로 대변되는 추석이 코로나 확산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한가위 추석을 며칠 앞둔 이맘때가 되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고향 마을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마음속 고향은 삶의 안식처가 된다. 

맑디맑은 냇물이 친구를 부르며, 친구들을 탈 없이 키워냈다. 깨끗한 논밭에서 자라난 먹을거리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감꽃을 하나 둘 주워 지푸라기에 꿰어 감꽃 목걸이를 만들었다. 목에 걸면 금목걸이가 부럽지 않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가을 이른 새벽, 바닥에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으면 꿀맛이 따로 없었다. 홍시는 그렇게 배고픈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돼 주었다. 맑은 공기와 물, 이슬이 융합된 천상의 맛. 홍시는 바로 신의 작품이었다.

고향 흙길은 되뇌면 살에 송골송골 두드러기가 일 정도로 감각적이다. 비 내리는 여름날에는 맨발로 흙길을 다녔는데, 물 간지러움이 부드럽게 발등을 감싸고 돌았다. 소낙비 그친 후에 햇볕을 타고 오르는 수증기 내음, 저 멀리 산마루에 금방 채색해 내건 쌍무지개, 금빛 물방울 머금은 단호박의 싱그러운 햇빛 바라기. 나날이 붉어지는 자두의 시큼 달달함은 생각만 해도 침 고이게 한다.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 거리엔 예전에 보지 못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고 한다. 

“불효자는 ‘옵’니다” “이번에는 안 와도 된당께” “정 총리가 그러더구나, 내려오지 말라고”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등 비대면 추석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자는 문구가 잇따르고 있다.

‘민족 대이동’으로 대변되는 추석이 코로나 확산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귀성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가 확산하는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다가 뜻하지 않게 코로나를 옮길 수 있다는 걱정에 고민이 많다. 고3 수험생이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의 고민은 더 깊다.

지난 설을 앞두고 ‘제사를 없애 달라’ ‘명절 연휴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이런 청원이 이어졌다고 한다. ‘명절 증후군’과 함께 코로나의 전국적인 확산 염려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명절과 예법을 중시했지만 융통성이 있었다. 각종 문헌에는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거나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제사나 차례를 생략했다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코로나 시대에는 감염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예를 갖추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귀성 자제를 당부했더니 추석 연휴에 바캉스를 가는 ‘추캉스’ 채비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가위 명절에 가족, 친지를 만나는 것조차 삼가며 이동과 모임을 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여행을 가면 ‘비대면 추석’의 의미는 퇴색된다. 

제주도 숙박시설과 항공편 예약 상황을 보면 귀성 때와 다름없는 전국적 대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몰리는 공항과 유명 관광지가 코로나 재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추석 연휴에 여행을 떠나는 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추석은 달라야 한다. 방역 당국이 명절 이동 자제를 연일 간곡히 호소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에 ‘나는 괜찮겠지’라는 이기심은 코로나 재확산을 부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조상들도 이런 후손들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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