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어느 정치인은 다음과 같이 논평을 했는데, 그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지난 2018년 소득주도 성장 성적표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현 정부는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당시 통계청장은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일자리수석비서관까지 설치하며 고용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으나 2018년도 고용 실적은 민망할 정도로 나빴다. 전년도에는 취업자가 31만명 증가했지만 그해는 10만명에도 못 미쳤다. 당시 성장률이 2.7%였으니 경기를 탓하기도 어렵다.

최근 고용 상황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추락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실업자는 157만명으로 전년 대비 41만7000명이나 늘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취업자 수도 2581만8000명으로 무려 98만2000명 격감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래 23년 만에 최대치다. 아예 ‘그냥 쉬었다’는 구직 단념자도 작년보다 30% 이상 급증한 78만명에 이르렀다.

만15∼29세 청년은 직격탄을 맞아 공식적인 청년실업률은 9.5%이지만 체감실업률은 27.2%로 치솟았다. 정부가 예산을 쏟아부어 만드는 단기 ‘관제 알바’가 지난해 12월 종료됨에 따라 청년들에겐 고용 재앙인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통계가 정책 실패를 감추는 ‘요술 방망이’인가?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 알바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20만~40만명 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고령자 세금 알바 덕분이었다. 일시휴직자도 취업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가짜 숫자를 내놓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통계 분식(粉飾)도 잠시나마 할 수 없게 됐다. 예년에는 노인 일자리 계약이 연말에 종료된 뒤 이듬해 초 곧바로 신규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번엔 혹한·폭설, 코로나 거리 두기 등으로 신규 계약이 지연되는 차질이 생겨 1월에 가짜 일자리 수십만 개가 취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취업자 98만명 감소’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고 참담한 고용 상황의 민낯이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가 천문학적 세금을 퍼부어 부풀려온 고용 시장의 거품이 한순간 걷히니 ‘사상 최악’의 온갖 지표들이 속속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는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등 일련의 이념 편향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일자리가 수십만 개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5조원을 더 투입해 총 30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하고 3조2000억원을 들여 취약계층 일자리 104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획재정부의 경제 전망에 따르더라도 올해 13만명, 내년 21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뿐이다. 예측대로라면 2018년 이후 5년간 취업자 증가는 연평균 10만명 안팎으로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다. 일자리 정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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