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대 영업이익 발생해도 당기순익 ‘마이너스’로 법인세 '0'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용 과다계상…해마다 똑같은 패턴 되풀이

[뉴스워치] 지난달 지인으로부터 연간 매출 10조원이 넘는 대기업 대한항공이 지난 25년간 법인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한 실적이 ‘한 푼’도 없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소위 ‘찌라시’에 오르내리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으나 지인의 진지한 설명에 반신반의하며, 지난 6년 동안의 대한항공 재무제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기업회계 처리 상 대한항공의 자발적 법인세 납부금액은 ‘0원’이었다. 

◆20여 년 동안 자발적 법인세 ‘0원’ 

대한항공의 최근 6년간(2014~2019년)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았다. 6년간 합산 영업이익은 4조2880억원이며, 2017년 세무조사 때 납부한 법인세 3190억원을 제외하면 자발적 법인세 실적은 '0'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영업외손익에서 환산손실이 발생하면서 어김없이 적자가 나오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별 회계 기준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2조2900억원, 영업이익은 286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익이 마이너스(-) 5690억원에 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900억원 가량 발생했지만, 당기순익이 -5700억원 가까이 되면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제는 대한항공이 최근 6년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런 식으로 법인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도의 경우, 매출액 12조6469억원에 영업이익은 6983억원인데 당기순익은 -830억원이었다. 이는 2019년 재무상황과 비슷한 패턴이다.

대한항공 측은 “기업회계 재무제표와 세무회계는 차이가 있다”라며, “기업회계 처리로 보면 여러 해에 걸쳐 법인세를 한 푼 안 낸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세무조정을 통해 법인세를 2016년 31억원, 2017년 215억원, 2018년 35억원, 2019년 2억원 등 해마다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용 커...적자 경영

대한항공을 적자 회사로 만든 요인 중 하나는 항공기 등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비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영업을 잘 해도 감가상각비가 워낙 커 회사는 적자가 나고 법인세는 한 푼 내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항공기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영업의 모든 이익을 초과할 정도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유형자산 감가상각비는 2011년 1조원을 넘어서더니, 2012년 1조4642억원, 2013년 1조6059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1조6971억원, 2017년 1조6444억원, 2018년 1조7012억원, 2019년 2조419억원, 2020년 상반기 9913억원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했다. 

재계 관계자는 “어떻게 수십 년 사업을 영위한 대기업이 20여 년 동안 법인세를 거의 안 낼 정도로 적자가 계속 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회계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몇 해 전 대한항공 직원이 외부 사이트를 통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사회적 물의 일으킬 때

과거에 세무당국은 대한항공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세무조사를 통해 거액의 ‘탈루 세액’이 드러나면 법인세를 추징당하는 방식으로 납세해 왔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225명 승객이 사망하고, 이어서 1999년 또 다시 화물기가 추락하자 대한항공의 오너 중심 경영과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1999년 세무당국은 대한항공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세무조사 당시 그룹 총수였던 조중훈 회장이 구속되고, 1조895억원의 조세 포탈에 대해 5416억원이라는 거액의 추징액이 부과됐다. 이 사건에는 ‘역대 최고 탈루액과 추징액’이라는 오명이 붙어 있다.

1974년 재벌들의 외화 밀반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세무당국은 대한항공에 대해 30만 달러 해외 밀반출과 거액 탈세 혐의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올해는 법인세 낼 수 있을까?

대한항공이 올해는 법인세를 납부할 수 있을까?

올해는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에 항공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하반기 실적 전망이 항공사 규모에 따라 양극화되면서 ‘업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하반기 국제선 여객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화물 운임이 오르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항공은 유휴 여객기의 좌석을 떼어내 화물 전용기로 개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하반기에도 상반기의 ‘화물 깜짝 흑자’를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이 지난달 유휴 여객기 바닥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건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대한항공은 항공기 한 대당 화물 수송량을 10t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매출액은 증가하고 영업이익까지 발생했지만 당기 순이익이 줄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올해도 같은 모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한항공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잠정 영업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4조432억원에 영업이익 918억원, 당기순익은 -529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발생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매년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항공기라는 독특한 유형자산 때문에 감가상각비가 과다계상 될 가능성은 있지만 영업의 모든 이익을 초과할 정도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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