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에 이어 우리은행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발칵’
기업 이미지 한없이 추락…주식 거래 정지로 인한 개인투자자 손해 막심
직원 단독 일탈로 밝혀지고 있지만, ‘허술한 회계 시스템’ 도마 위 올라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믿지 못할 사람에게 어떤 업무나, 사물을 맡기는 경우를 비유한 말로 횡령 범죄가 발생할 때 자주 등장한다. 최근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해당 속담을 활용한 비판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작년 12월 전 국민을 ‘뜨악’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스템임플란트에 근무했던 재무팀장이 무려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회사 측의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재무팀장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회사 자금 계좌에 들어있던 2215억원을 수 차례에 걸쳐 본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옮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배우자 등 가족들까지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극단적 선택을 한 재무팀장의 아버지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겨져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장적격성(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는 올해 1월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갑작스러운 주식 거래 정지와 더불어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면서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회사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행히 28일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는 재개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공시를 통해 ▲경영투명성 및 독립성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감사위원회 설치 및 감사실 독립성 강화 ▲윤리경영위원회 및 부정행위 고발·감독기능 강화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오스템임플란트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등 성난 주주들의 마음 달래기에 전면 나서기 시작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엄태관 대표는 “주식 거래 재개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신 주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심사위원회의 주식거래 재개 결정에 따라 주주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며 “매출액 1조원 돌파의 올해 사업계획 실현을 가속화 하여 주주들께 고성장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계양전기에서 245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기업별 로고./캡처=김민수 기자
기업별 로고./캡처=김민수 기자

계양전기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 횡령사고 관련 진행 현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주식 거래 정지는 피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계양전기의 주식은 거래 정지 상태다.

계양전기는 이번 사고는 당사 자금관리 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한 횡령 직원 개인 단독의 일탈에 기인한 것으로 사고 여파가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 생산, 개발, 품질 등 경영 전반을 세밀하게 챙기는 한편,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계양전기는 횡령 사고를 인지하는 즉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한 후 한국거래소의 공시(횡령·배임혐의 발생) 및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해당 사고에 대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계양전기 임영환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주주님, 고객님, 협력사 임직원 등 계양전기를 아끼고 성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245억원이라는 횡령사고와 주식거래정지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전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임영환 대표는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 끼쳐드린 점 반성하고, 깊이 사죄드린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주주님, 고객님,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의 가치와 이익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대규모 횡령 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점이다. 2021년 12월 오스템임플란트, 2022년 2월 계양전기에 이어 이번엔 국내 대표 시중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에서 내부 직원의 500억원대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단순 기간으로만 보면 2~3개월에 한 번꼴로 상장기업에서 횡령 사건이 외부에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지난 27일 자수해 현재 신병 확보된 상태로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012년 관련 계좌에서 돈이 인출됐던 당시 정황과 이후 관리상황(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돈이 인출됐으며, 2018년 마지막 인출된 이후 계좌 해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자체 조사와 더불어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경찰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할 부분이지만, 직원 스스로가 자수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횡령 사건 발생 자체는 거의 기정사실로 봐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횡령 사건 의혹이 불거지자,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장중 한 때 전날보다 약 6.2%가 빠지면서 1만 4350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 우리은행 측은 공통적으로 횡령 사건에 대해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횡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고스란히 기업 이미지에 겹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3곳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해질 우려도 있다. 아무리 기업 매출 및 당기순이익 성과가 좋더라도 최근에는 ESG 경영을 비롯한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주가에 반영하는 추세인 관계로 도덕성 측면에서 비난을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횡령 액수가 한두 푼도 아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운영 중인 회계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오스템임플란트, 계양전기, 우리은행 외 다른 기업들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형태의 횡령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 상장사들이 연이어 횡령 사건에 휩싸였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며 “그럴 리 없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다른 기업들 중에서도 아직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횡령 사건은 해당 자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주식·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날려버렸을 경우 되찾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히 횡령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연이은 횡령 사건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 기업들의 도덕적 경영과 투명하고, 견고한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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