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 등으로 ‘과도한 이자 장사’라는 비판 시달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저금리 기조 등으로 인한 대출자산 확대로 봐야” 반박
윤석열 당선인의 ‘예대금리차 주시적 공시제도’ 도입 여부에 시선 집중

[뉴스워치= 김민수 기자] 최근 2년 동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국내외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주요 은행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최고의 실적을 거둔 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과도한 차이로 창출한 수익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에서도 예대금리 차이에 문제점이 없는지 들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게재된 은행별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주요 4대 은행은 2조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2조 5757억 4600만원, KB국민은행 2조 5633억 5800만원, 신한은행 2조 4948억 9400만원, 우리은행 2조 3851억 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KB국민은행이 1억 12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 1억 700만원, 하나은행 1억 600만원, 우리은행 970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해당 수치를 모두 합쳐 평균을 내면 1억 550만원으로 4대 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사상 최초로 1억원을 돌파했다.

은행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은행 대출 관련 컴퓨터그래픽./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높은 수익 및 연봉에 대한 비판적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작년 말부터 은행권의 수익성 증가는 예상된 상태였다.

금융정의연대는 작년 말 ‘은행의 대출이자는 광속인상 예금이자는 뒷북인상’이라는 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마진 폭리 사전예방 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대금리 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지면서 금융위원회의 적절한 개입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융위원회가 ‘시장자율’이라는 핑계를 대며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의연대는 2021년 10월 기준 예대금리 차이가 2.17%로 미국발 금융위기(2010년 10월, 2.20%)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해당 자료에 나온 2010년~2021년 은행 가계대출 연도별 예대금리 차 및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보면 예대마진은 1.38%(2019년 12월)에서 1.89%(2020년 12월) 사이에 머물렀으나, 2021년 10월 2.17%로 급증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은행들이 작년 역대급 이자잔치를 벌인 배경에는 예대마진 폭리가 존재하므로 은행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코로나로 고통 받은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고, 이자를 탕감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정의연대가 공개한 은행 가계대출 연도별 예대금리 차./캡처=김민수
금융정의연대가 공개한 은행 가계대출 연도별 예대금리 차./캡처=김민수

그러나 은행권의 입장은 다르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예대금리로 인해 역대급 수익을 낸 게 아니라 대출 자산 확대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뉴스워치>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고통 분담을 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에 대한 시선이 너무 따가워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엄연한 사업체고, 수익을 내야 운영될 수 있는 구조인데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며 “예대금리 차이로 인한 고수익보다 대출 자산 확대, 효율적인 자산 운용 등에 대한 영향으로 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금융 전문가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등과 관련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약탈적 대출자’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행한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비대칭적 반응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집필한 이대기·김우진·구본성 선임연구위원은 수년간 은행의 이익이 매우 높았던 것은 저금리 기조,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대출자산의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은행을 유통산업에 해당하는 대형마트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예대금리에 의한 논란의 쟁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연구진은 “경기불황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어느 대형마트의 영업이익이 유지 또는 증가했다고 해서 대형마트를 ‘약탈적 장사꾼’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라며 “은행산업도 마찬가지로 판매마진에 해당하는 은행의 순이자마진 또는 예대금리차가 금리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은행의 예금과 대출잔액 중 신규 취급액이 차지하는 비중과 고정금리 비중 등에 따라 전체 가중 평균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 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와 더불어 콜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콜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최근 몇 년 동안 저금리 기조 하에서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익마진이 작아져온 실제 데이터에 부합하는 결과”라며 “수년간 은행의 이익이 높았던 점을 은행의 약탈적 금리 정책이라는 비난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과도한 예금, 대출금리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예대금리차의 주기적 공시제도 도입과 필요할 경우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및 담합 요소 점검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 후 어떠한 방향으로 예대금리 정책이 추진될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일 수 있는 객관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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