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25일 도쿄 양궁장 현장 격려…25억원대 포상금 예상
SK그룹 최태원 회장, 핸드볼 대표팀에 총 22억원 역대 최대 포상금 내걸어
LS그룹 구자열 회장, 사이클 선수단에 메달 무관 최소 5000만원…사비 털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여자배구단 4강 진출시 1억원이상 포상금 지급키로

지난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 개막식이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 개막식이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지난 23일 개막한 전세계인의 축제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도쿄올림픽)이 시작하기 전부터 각종 잡음으로 인해 열기를 잃은 가운데 재계 총수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해 억대 포상금을 내걸며 통 큰 후원을 약속했다.

도쿄올림픽은 막을 올리기도 전부터 각종 논란이 터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인해 사실상 전경기 무관중으로 열리게 됐다. 125년 근대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미 개최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져갔으며 일본 내에서도 국민 65%가 올림픽을 개최를 반대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도쿄올림픽이 개최 후에도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도의 지난 27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사상 최대인 2848명을 기록하는 등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도쿄올림픽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 도중에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또 도쿄올림픽의 조직위원회와 개회식 준비의 주요 인물들이 논란 속에 연이어 사퇴하면 논란이 커졌다. 모리 요시로 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월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평의원회에서 ‘여혐 발언’ 논란 끝에 사임했다.

이후 논란을 의식해 여성 위원장인 하시모토 세이코를 후임자로 선임했다. 하지만 하시모토 역시 성희롱 논란에 휘말리며 BBC방송, AP 통신 등 외신까지 보도돼 논란이 됐다. 

여기에 더해 개·폐회식 예술팀의 논란까지 지뢰가 터졌다. 지난 1월에는 연출 담당으로 선임했던 광고사 덴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가노 카오루의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됐다. 3월에는 사사키 히로시 예술팀 총감독이 여성 외모 비하를 서슴없이 꺼낸 것이 일파만파 퍼지며 사퇴했다. 올림픽 음악 담당 유명 작곡가 오야마다 케이고까지 과거 장애를 가진 동급생을 괴롭혔다는 사실이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사임을 해 개폐회식 예술팀에서만 세 명이 논란 끝에 물러났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8월 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 올림픽이 개최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 ‘올림픽 특수’로 인한 호황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길거리에 올림픽에 관련된 홍보물은 거의 없고 올림픽 선수촌 근처에서만 홍보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도쿄올림픽의 분위기는 “이런 올림픽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도교올림픽 입장 티켓을 750만장 정도 판매할 것으로 일본은 예상을 했지만 실제로 판매된 것은 4만장이다. 당초 계획했던 분량의 0.05%만 판매가 완료된 것이다. 올림픽 최대 스폰서인 코카콜라도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고 도요타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임에도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쿄올림픽의 흥행 부진을 예상하고 잇달아 마케팅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 종목 협회장을 맡고 있는 국내 주요 대기업 재계 총수들이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조용히 경기장을 방문하고 억대 포상금을 약속하는 등 통 큰 후원을 결정을 통해 응원전에 나섰다.

다만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온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을 찾았다. 사진은 이날 양궁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정의선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이 열린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을 찾았다. 사진은 이날 양궁 여자 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자 정의선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올림픽에서 공식 후원사로서 마케팅 대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뉴욕, 워싱턴DC, 디트로이트 등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일본으로 이동해 지난 25일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이 열리는 일본 도쿄 오메노시마공원 양궁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과 오래 인연을 맺어왔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아 양궁 육성에 힘을 보탰고 부친의 뒤를 이어 정의선 회장도 2005년부터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해 2025년까지 양궁협회를 이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500억원 이상을 한국 양궁 발전을 위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포상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의선 회장은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선수들에게 지난 2016년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 수준으로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궁협회는 당시 전 종목을 휩쓴 양궁 대표팀에 2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대한체육회 부회장 및 대한축구협회장 자격으로 도쿄올림픽 현장을 찾았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994년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 구단주로 축구와 연을 맺은 뒤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거쳐 2014년부터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으며 축구에 대한 사랑을 자주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는 올림픽 현장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정의선 회장과 정몽규 회장을 제외하고 이번 도쿄올림픽을 현장 응원하는 다른 그룹 총수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인 만큼 방문단을 꾸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신 통 큰 지원책으로 선수들을 적극 격려하고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한핸드볼협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여자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1인당 1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선수들에게만 15억원, 감독과 코치 등의 포상금을 더하면 총 22억원 규모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은메달 5000만원, 동메달 3000만원, 4위 1000만원을 선수 1명당 지급된다.

앞서 핸드볼협회는 2019년 여자 대표팀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을 때 선수 1명당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학창시절 직접 핸드볼 선수로 뛰기도 했던 최태원 회장은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8년 12월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4년까지 핸드볼협회를 이끌게 됐다. 

최태원 회장은 핸드볼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을 2011년 건립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남자부 코로사와 여자부 용인시청이 해체되자 SK호크스(남자)와 SK슈가글라이더즈(여자)를 창단하기도 했다. 

또 유소년 육성을 위한 핸드볼 발전재단 설립과 핸드볼 아카데미 운영,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지원 등 1000억원 이상의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사비를 털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구자열 회장은 자전거연맹이 지급하는 금액과 동일한 액수의 포상금을 사비로 쾌척할 계획을 밝혔다.

일종의 매칭그랜트 포상금이다. 자전거연맹은 메달 획득 여부나 종류에 상관없이 최소 5000만원을 지급한다. 또 메달을 획득하면 이사회를 열어 추가 포상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재계와 스포츠계에서 ’사이클 마니아‘로 유명한 구자열 회장은 2009년 2월 제24대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으로 취임해 13년째 연맹을 이끌고 있다. 구자열 회장은 각종 대회 때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는 등 전폭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총재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중 여자배구 대표팀을 찾아 사비로 금일봉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이 입촌하기 전에 사기진작을 위한 특별 선물도 전달했다. 배구연맹은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둘 경우 1억원 이상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이사회에서는 올림픽 4강 1억원, 동메달 2억원, 은메달 3억원, 금메달 5억원 등의 포상 계획을 의결한 바 있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도쿄올림픽 선수단 부단장을 맡아 지원에 나섰다. 대한럭비협회장도 맡고 있는 최윤 회장은 럭비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인당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메달을 따지 못해도 1승만 하면 포상금을 지원한다. 

‘사격 마니아’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화그룹은 사격 발전을 위해 200억원대의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했다. 사격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김승연 회장 대신 대한사격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김은수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대표가 도쿄를 찾는다.

또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승마 마장마술 국가대표로 직접 출전하기도 했다. 김동선 상무는 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해 최고경영진들도 올림픽 현장에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삼성전자는 이번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선수 전원에게 약 1만7000대의 ‘갤럭시S21 도쿄 2020 올림픽 에디션’과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 프로’, 이어폰 케이스, 펜 등이 담긴 구디 백을 증정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도쿄올림픽은 각종 논란으로 올림픽 흥행 부진이 예상되면서 예년 같은 막대한 광고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속 올림픽 개최에 대한 강한 반대 여론에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어 대다수의 기업이 눈에 띄는 마케팅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올림픽에서 코로나19 사태·무관중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재계 총수들의 각종 격려금 전달과 기업들의 후원 및 응원이 선수들에게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 총수 개인 차원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메시지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필승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고 썼다. 올해 SK로부터 매각된 SK와이번스를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프로야구단인 SSG랜더스의 구단주가 된 정용진 부회장은 SNS를 통해 구단과 야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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