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현실이 된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 김빠진 ‘올림픽 특수’ 기대감
반일감정 확산·유명 스포츠 스타 불참 등 악재 줄이어…올림픽 관심도 사상 최악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올림픽 마케팅 활동…기업들, 올림픽 마케팅 사실상 ‘전무’
TV·에어컨 등 ‘가전업계’, 올림픽 앞세운 마케팅 실종…MZ세대 반감, 마케팅 자제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 ‘삼성전자’,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 나서지 않아
코로나19 따른 ‘집콕 수요’ 증가, TV 교체 붐 이미 지나가…올림픽 특수는 제한적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는 도쿄올림픽(CG).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는 도쿄올림픽(C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세계인의 축제인 ‘2020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도쿄올림픽)이 오는 23일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기업들이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특히 TV, 에어컨 등 가전업계에서는 올림픽을 앞세운 마케팅이 사실상 실종 상태다. 

도쿄올림픽은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올림픽이 개최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해 ‘올림픽 특수’로 인한 호황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이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앞 다퉈 한정판을 선보이고 할인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각 기업들은 올림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올림픽 특수를 누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처럼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년이나 연기하며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미 도쿄올림픽은 개최도 하기 전부터 망한 올림픽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각 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내지 협찬활동 역시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먼저 도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인해 사실상 전경기 무관중으로 열리게 됐다. 125년 근대올림픽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도, 사이타마·가나가와·지바현 등 수도권 1도·3현에서 예정된 모든 경기를 무관중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도쿄올림픽은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역을 비롯한 9개 도도현(광역자치단체)의 42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대부분 경기장은 수도권 4개 지역에 집중돼 있고 야구는 후쿠시마, 마라톤은 삿포로에서 열린다. 사실상 도쿄올림픽은 대회 전체의 90% 이상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양성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제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 적용되면서 예전처럼 광장이나 음식점 등에 모여 함께 응원할 수 없어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게다가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해 화려한 볼거리도 줄어들며 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제 올림픽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불참 소식이 이어지며 흥행에 김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최정상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가 불참을 선언했고 세계남자골프랭킹 1위 골프선수 더스틴 존슨, NBA 농구스타 스테픈 커리, 르브론 제임스 등도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지난 15일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 선수단 숙소동에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권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문구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의 한국 선수단 숙소동에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권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문구가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난 집에 부채질 수준을 넘어 불난 집에 기름을 쏟아 붓는 격으로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 방사능 노출 문제, 강제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의 망언 등이 겹쳐 한일관계가 또다시 경색되며 반일 감정도 한층 높아졌다. 결국 반일 감정으로 인해 올림픽 관심도는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며 기업들이 올림픽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올림픽 성화 봉송 지도에 독도를 넣으며 독도 영유권 문제를 재점화하자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반감이 극도로 커졌다. 기업들 역시 MZ세대를 반감을 사지 않기 위해 올림픽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올림픽 자체보다는 선수단의 안전을 후원한다는 명목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다양한 악재가 이어지면서 예전보다는 올림픽 마케팅의 열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인 삼성전자 역시 아직까지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가전업계들이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통상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면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TV는 올림픽 특수 상품 중 메인 간판이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매출이 증가해 가전업계의 효자 상품이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TV 판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에 따른 펜트업(Pent Up·억눌린) 소비의 확산으로 인해 ‘집콕 수요’가 증가해 TV 교체 수요 붐이 한차례 지나간 만큼 올림픽 특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에 따르면 올해 세계 TV 총 판매량은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표시장치)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를 합해 2억2305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해(2억2547만대)보다 낮아진 수치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재작년(2억2291만대)과 유사하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 32.9%를 기록하며 역대 1분기 기준 신기록을 달성했다. LG전자는 매출액 기준 점유율 19.2%를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2억2000만대로 전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TV 출하량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나 프리미엄 TV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QLED TV와 OLED TV 출하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QLED TV 출하량은 올해 1102만대로 전년보다 22.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910만대를 출하하며 전체 시장에서 82%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LG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OLED TV 시장은 보다 큰 폭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올해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710만대로 전년보다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양한 상황이 맞물려 프리미엄 TV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며 코로나19로 인한 팬트업 소비가 증가해 이미 TV 교체가 많이 이뤄졌다”며 “과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데다 TV 수요 붐이 지나간 영향으로 인해 올림픽 특수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적에 따라 응원 마케팅이 활기를 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일시적인 깜짝 올림픽 특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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