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의장에 이어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재계에 '통큰 기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김범수 의장에 이어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재계에 '통큰 기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중견 건설사 B주택이 800억원 상당의 땅을 무상 기증하는 선행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아파트 사업을 목적으로 땅을 기부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 논란은 B주택이 전남 나주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지자체 제안에 따라 나주 골프장 부지를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나주혁신도시 입주기관 직원들은 한전공대에 기부하고 남은 골프장 터에 아파트를 짓는 대신 녹지공간을 조성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해 말부터 빛가람동 B골프장 75만㎡ 중 한전공대에 기부하고 남은 터 35만㎡에 20~28층짜리 아파트 5383가구를 짓기 위해 도시계획 변경절차를 추진 중이다. 이 변경안은 해당 터의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3종 주거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175%에서 180%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기부의 대가치고는 과도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부(富)를 쌓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라는 것이 물질적인 축적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성숙한 영혼이 동반되지 않은 돈을 두고 우리는 진정한 부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4차 산업 재벌의 한 사람인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자기 재산의 반절인 5조를 사회에 내놓겠다고 발표해 화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에서 5조를 기부하겠다고 한 사례는 없다. 5조는 한국의 기부 역사상 가장 큰 거액이다. 이것도 기업에 무슨 문제가 발생해서 대국민 사죄용으로 내놓겠다는 것도 아니다. 내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사회를 위해서 그냥 내놓겠다는 순수한 선의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한국CXO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김 의장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5조원이란 금액은 2019년 기준 국내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한 기업인 삼성전자보다도 17배 이상 많은 것이라고 한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삼성전자가 그해 기부한 금액은 3000억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개인이 아닌 회사 차원의 기부였다.

김 의장의 통 큰 기부는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처럼 거액의 자산 기부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선 기부왕을 우리도 맞게 됐음을 알린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반가운 소식이다.

김 의장은 경영자라기보다 사상가 비슷한 독특한 스타일의 기업인이다. 교육, 기후변화, 빈부격차 등에 대한 관심도 많다. ‘행복’에 대한 책만 100권 넘게 읽었다고 한다. 

이런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가 ‘더 나은 세상’이다. 가장 좋아하는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구절을 따왔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고 떠나는 것 / 당신이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김범수 의장에 이어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면서 재계에 '통큰 기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과거 재벌 총수들이 1조 원 규모의 기부 약속을 한 적은 몇 차례 있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4조 원대 차명 재산이 드러나자 1조 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고, 2007년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형량을 낮추기 위해 1조 원 대의 사회 공헌을 약속했으나 제대로 실천되지는 않았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이룬  부(富)라는 것은 내 삶에 익숙해진 일부분일 뿐이지, 그것으로 행복의 지수를 말할 수 없다. 내가 죽어서 가져갈 것은 돈이 아니라,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추억들이다. 나는 그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한다.”

김웅식 기자 (수필가)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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