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 연휴 이동자제를 당부하며 내걸었던 현수막.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지난 추석 때 연휴 이동자제를 당부하며 내걸었던 현수막.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설 연휴에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그 실효성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직계 가족이어도 등록 거주지가 다를 경우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는 게 골자다. 방침을 어길 경우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수천 년 이어온 제사는 현대사회에 들어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전화 한 통화면 호텔이건 콘도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제물을 차려 주어 제사를 지낼 수 있다. 아예 제사 대신 추모 모임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팔순을 넘긴 시골 어머니는 성치 않은 몸으로 차례 음식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젠 차례 음식이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손이 많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일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어머니는 맏며느리로서 근 60년 이상 제사와 차례 준비를 도맡아 해왔는데, 그럴 때마다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한평생 명절을 나기 위해 고생하시고도 아직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설·추석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절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며 ‘명절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민소통 공간에도 명절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은 등장한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명절을 폐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예전에 읽은 일간지 칼럼이 아직 잊히지 않는다. 간소한 명절 차례상 차림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유교적 가치관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사는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처럼 보인다. 친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켜야 되는 가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병들어 갔다. 혼란스러웠다. 과연 이 가치가 꼭 지켜져야만 되는 가치인지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친구는 제사를 대폭 줄이고 음식도 최소한으로만 하자고 했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친구는 1년에 여섯 번 지내던 기제사를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 기일에 맞춰 ‘모둠제사’ 형식으로 한 번만 지낸다. 명절 차례도 형제끼리 돌아가며 지내다 형제들이 돌아가시고 종교적인 이유로 못 지낸다고 해서 막내인 친구가 기제와 차례를 모두 지낸다. 하지만 이 제사마저도 자식에게 부담 지우기 싫어 친구가 죽은 후엔 지내지 말도록 했다. 왜냐하면 제사도 그 시대 행해 온 하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불효자는 옵니다’. 

지난 추석 때 연휴 이동 자제를 위한 현수막 디자인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다. 짧지만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잘 드러난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코로나 팬데믹, 확진자, 집단감염, 변이바이러스라는 엄혹한 말들 속에서 재치 있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설 명절에 불효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지켜야 하기에 올해 설날만큼은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김웅식 기자 (수필가)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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