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친환경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레저’에까지 영역을 넓혔주었다.  연말 보도블록 교체라는  생색내기용 정책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삶의 질은 나아질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친환경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레저’에까지 영역을 넓혔주었다.  연말 보도블록 교체라는  생색내기용 정책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삶의 질은 나아질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연말이 다가오면 길거리 인도가 보도블록 교체공사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울 곳곳의 보도는 멀쩡해 보였는데, 어느 날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각 지자체에서 정부 교부금이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억지로라도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진행해 남는 예산을 밀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잦은 보도블록 교체공사로 국민이 낸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후 아예 법으로 ‘묻지 마’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못하게 했는데도,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볼 때면 씁쓸한 마음 지울 수 없다.

추위가 시작된 이즈음 버스정류장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선을 보였던 보온텐트가 다시 설치됐다. 보온텐트는 칼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바람막이 장치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보온텐트는 반갑다. 출퇴근길,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옹기종기 텐트 안으로 모여든다.

버스정류장엔 또 다른 장치가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정류장 벤치에 열선을 깔아 만든 발열의자다. 엊그제 앉아봤는데 마치 자동차 열선 시트를 켠 느낌이랄까. 신비스러울 정도로 몸 전체가 따뜻해졌다. 

앞으로 버스를 기다리다 감기 걸릴 일은 없을 듯싶다. 실시간으로 버스 도착 시각을 알려주고 바람을 막아주고 몸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장치들이 있으니 말이다.

버스정류장 보온텐트가 내 집 같은 따뜻함을 준다면, 공공자전거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공공자전거는 지자체 소유 자전거를 소액에 일정 시간 빌려 타는 것으로 시민들의 출퇴근 풍경을 바꾸고 있다.

공공자전거는 서울시, 창원시, 순천시를 비롯한 지자체 여러 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걷기를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자가용 대신 공공자전거 이용이 늘수록 교통체증 해소나 미세먼지나 매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도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꽤 인기가 높다. 2015년 9월 2000대로 출발한 따릉이는 2020년 12월 현재 3만7500대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대여소도 150개에서 2175개로 급증했다. 주로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하는 회원 숫자는 277만 명에 이른다. 서울시민 넷 중 한 명이 따릉이 이용자라는 뜻이다. 

이용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15년(9~12월) 11만3700건에서 2020년(1~11월) 2250만8867건이 됐다. 이용자들은 주로 집(회사)과 지하철역·버스정류장 사이를 오가는 데 따릉이를 이용한다. 주말 한강 유원지에 가 보면 가족이나 친구끼리 따릉이를 빌려 운동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019 따릉이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36.3%가 출퇴근용, 26.8%가 여가 및 취미, 17%가 운동 목적으로 따릉이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따릉이가 ‘친환경 교통수단’을 넘어 ‘생활·레저’에까지 영역을 넓혔음을 보여준다. 

버스정류장 보온텐트, 공공자전거 등 시민생활에 가까이 다가선 생활밀착형 정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잦은 보도블록 교체공사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정책으로 실현돼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색내기용 정책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네 삶의 질은 나아질 것이다.

김웅식 기자 (수필가)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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