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곳곳에 흰 줄이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 지역이라 미지정 차량이 이곳에 주차하면 불법이다. 여차하면 끌려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제공=인터넷커뮤니티
도로 곳곳에 흰 줄이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 지역이라 미지정 차량이 이곳에 주차하면 불법이다. 여차하면 끌려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제공=인터넷커뮤니티

[뉴스워치] 차(車)가 사라졌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문제없이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남겨진 것은 ‘불법주정차 스티커’뿐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때문에 피해를 본 시민들은 할 말이 많다. 주차난은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으로 정해진 것이니 따라오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과태료 딱지’나 붙이는 행정 편의주의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관하여 문의 좀 드리겠습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란 거주자 우선 주차를 유도하여 주차해소를 하기 위함인 것 아닙니까? 그런데 주차제를 실시하기 전 주민동의도 없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지 우선 궁금합니다. 

우리 가족은 형제가 따로 사는데 부모님 집에 오면 주차할 데가 없어 막막합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도 어느 정도 일부만 하면 되지 왜 전체적으로 다 시행을 하는 겁니까?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거주자 우선주차제에 대하여 서명운동을 할까 합니다.’(공공기관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中)

어느 공공도서관 앞 도로 100m 거리에 흰 줄이 반듯하게 그어져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 지역이라 미지정 차량이 이곳에 주차하면 불법이다. 여차하면 끌려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자체적으로 1시간 무료로 유료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1시간 초과 10분당 300원을 받고 있다. 하루 8시간 도서관에 머문다면 1만2600원을 주차비로 내야 한다. 책 한 권 가격이다. 모처럼 차를 갖고 도서관에 갔다가 차 때문에 속상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주거지역 내의 이면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주차장소를 놓고 외부인 또는 주민 간에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다. 도로에 거주자 우선주차 지역을 표시하고, 미지정 차량이 무단 주차할 경우에는 견인 당할 수 있다.

외따로 떨어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든지 별도의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게 옳다. 공공도서관 앞 도로 한쪽에는 애당초 도서관 이용객들이 주차해 온 것으로 보이는데, 거주자 우선주차제 시행 이후 도서관 이용 시민들은 얼씬 못하게 됐다. 

구청의 단속반이 떴다 하면 불법주정차 과태료 수입을 꽤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마지못해 이곳에 주차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수십 명은 돼 보인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주차해 보지만 영락없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도로 위에 그려놓은 흰색 선이 세외수입을 늘리기 위한 ‘함정 그물’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도서관에서 200m 떨어진 한강변에 널찍한 운동 쉼터가 있다. 이곳 면적의 반을 주차공간으로 만들어도 차량 20대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겠다. 

노력하면 실현 가능한 일을 안 하고 있다면, 불법주정차 단속을 두고 혹자의 지적처럼 ‘세외 수입 늘리기’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김웅식 기자 (수필가) news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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