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예비율=(총공급 전력-최대전력수요/최대전력수요)*100
물 흐르듯 흘러야 하는 전기…저장해 놓고 쓰기도 쉽지 않아
전기학회 "전기요금 높으면 전력예비율도 높아"
원전으로 부족한 전력 생산? 예년에는 화력·가스발전으로 만회

[편집자 주]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식이 이슈의 중심일까? 워낙에 많은 소식들이 전해지다 보니 화제의 중심에 선 이슈가 궁금해진다. <뉴스워치>에서는 기획으로 [똑똑 키워드] 코너를 마련했다. [똑똑 키워드]에서는 한주의 화제 이슈를 키워드로 정해 살펴봄으로써 누구나 쉽고 알기 쉽게 풀어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워치= 김성화 기자] 전력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위기감을 불러 온다. 매일 같이 사용되는 전기가 부족해진다는 게 체감이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전기를 더 생산해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쉽지 않다.

전력예비율이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기량보다 추가 여유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의미한다. 총공급 전력량에서 최대 전력수요를 뺀 후 다시 최대 전력수요로 나눠서 곱하기 100을 한 숫치다. 공급량이 100이고 최대 전력수요가 80이라면 전력예비율은 25%((100-80/80)*100)가 된다.

지난 7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전력수요는 9만3078㎿로 지난 2018년 7월 24일 9만2478㎿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요를 기록했다. 전력수요가 상승하며 전력예비율도 한때 7.04%를 보였고, 3일 연속 10% 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을 보여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전기를 저장해 놓으면 전력예비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175MWh급 전기를 저장하는 국내 최대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KG동부제철 당진공장에 구축됐다. 지난 6월 평균 최대 전력이 718만MW이니, 국내 최대 규모라 해도 최대 전력의 0.0024%에 불과하다. 1%라도 전력예비율을 올리려면 이런 규모의 ESS가 500개 정도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력수급 현황. / 사진=전력통계정보시스템

또한 전기는 계속해서 흘러야 한다. 흔히 전기를 물레방아와 비교한다. 흐르는 물을 통해 물레방아를 돌려야 에너지가 발생하고 사용할 수 있듯, 전기 또한 계속해서 흐르게 해야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는다고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전기를 사용하는 장비들은 일정한 전압과 전류 범위에서 작동하게 돼 있기에 전압이 낮아지면 고장이 난다. 발전소와 전력망을 유지하는 장비들도 전압이 낮아지면 안되기에 일정한 수준의 전력을 흘러 보내야 한다.

그렇기에 전력예비율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 대규모 정전 사태 겪은 적이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적정 설비예비율을 22.2%로 하는 전력수급계획 마련했다. 하지만 2015년 최대전력 수요는 당초 예상과 달리 2014년 대비 1.7% 감소했고, 반대로 전력설비 용량은 확충돼 전력설비예비율은 증가했다.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연평균 설비용량 증가율은 5.7%, 최대전력 증가율은 2.3%였으며 설비예비율은 2017년 기준 27%였다.

2018년 100여년 만의 사상 최고 수준의 폭염이 찾아오면서 앞선 노력들이 무색해졌다. 당해 7월 전력예비율이 7.7%까지 떨어지는 전력난을 경험했다. 올해는 7월 장마와 무더위가 함께 찾아 오면서 전력 사용량은 급증했다. 지난달 평균 718만MW였던 최대 전력량이 이달 들어 805만MW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7월 811만MW보다 적지만 이제 더위가 시작되는 만큼 더 늘어날 가능성은 크다.

해외 주요국 전력설비예비율. / 사진=한국에너지공단
해외 주요국 전력설비예비율. /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전력예비율에 대한 위기감은 한국전력에게 반가운 소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 2017년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이탈리아 136.2%, 일본 98.2%, 영국 80.1%, 미국 38.1% 등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 24.6%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전력예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전기학회 논문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높을수록 전력예비율도 높아진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kW당 1.1원 오르면 예비율은 0.035%, 신재생 점유 비율이 1% 증가하면 예비율은 0.51%올라간다. 반대로 1인당 GDP가 1만달러 증가하면 예비율은 13%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분석했다. 전기학회는 “전기요금이 높으면 에너지를 절감하게 되고 에너지절감은 피크(최대수요)를 낮추어서 전력예비율이 올라가게 된다”며 “1인당 GDP 값이 낮은 후발국가들은 경제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예비율이 높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원별 발전량. / 사진=통계청
에너지원별 발전량. / 사진=통계청

정부는 불안한 전력 수급 상황을 신한울 원전 1호기 시운전과 발전기 출력 상향을 통해 예비전력을 확보함으로써 만회한다는 계획이지만, 보통 부족한 전력은 조절이 쉬운 화력 발전소로 해결한다. 지난 2017년 석탄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량은 2387만GWh로 전년 2138만GWh 대비 11.6%가 증가했다. 이어 2018년도 같은 2387만GWh를 생산한 후 2019년부터 줄어든 것으로 보아 2017년과 2018년 최대한으로 가동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 2018년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 가스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량이 21% 증가했었다. 원전의 경우 같은 해 1459만GWh를 기록했지만 이는 2016년 1619GWh 대비 낮은 수치였다.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량 조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릴 수밖에 없기에 부담이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화석연료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은 6억톤으로 세계 7위며 석탄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3억1200만톤으로 52%를 차지했다.

전력 부족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업의 자발적 전력 절약 요구가 나오지만, 올해는 대외적인 요인과 겹쳐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2018년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로 증가해 2분기 3.1%보다 낮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020년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4.0%를 보였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라 수출 저하 등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5%로 하향 전망했다.

김성화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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