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전체 비행 과정 정상적으로 수행…3단엔진 연소시간 짧아 위성 궤도안착 못해
한화, KAI, 현대중공업 등 300여개사 참여…한국형 ‘뉴 스페이스’ 도약 발판 마련 평가
최종임무는 실패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성공에 가까워…조사위 구성, 내년 5월 재도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21일 1차 발사를 실시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KSLV-II)가 목표 고도인 700km에는 도달하며 성공적인 발사를 이뤄냈다. 누리호는 전체 비행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며 ‘K-우주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하지만 누리호는 미완의 과제를 남기며 살짝 아쉬움도 전했다. 발사체에 실린 탑재체인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가 원하는 궤도에 정확히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누리호는 발사 전날인 20일 트랜스포터(transporter)를 이용해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제2발사대로 이송됐고 이날 누리호는 애초 예정됐던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5시에 카운트다운을 받고 발사대에서 발사됐다. 발사대 하부 시스템과 발사체 내 밸브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됐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누리호는 1.5t(톤)급 실용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보내기 위해 제작된 발사체다. 이날 진행된 1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실용 위성 대신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싣고 발사를 시도했다.

누리호는 이륙 1단 분리,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덮개) 분리, 2단 분리, 3단 엔진 점화와 정지를 거쳐 700km 고도에서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는 데까지는 비행이 진행됐다. 누리호는 발사 및 비행 과정에서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그러나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정상 투입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누리호 탑재체인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한 것은 발사 과정의 마지막 순간에 3단엔진이 일찍 꺼지면서 연소시간 짧아져 위성을 정상 궤도에 투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3단에 달린 7t급 액체엔진의 작동이 목표대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만에 조기에 종료돼 마지막 순간에 충분한 속력을 얻지 못했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본부장은 “3단 비행을 지켜봤을 때 연소 시간이 40∼50초 정도 일찍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저희가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국내 기술로 만든 75t급 액체엔진 4기가 정상 작동했고 엔진의 단 분리 등 중요한 난제들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우주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성과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 5시 발사된 누리호의 전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위성 모사체가 700㎞의 고도 목표에는 도달했으나 모사체가 초당 7.5km의 목표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임 장관은 “누리호 1단부는 75t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묶음) 돼 300t급의 추력을 내는 게 핵심 기술이다”며 “오늘 발사를 통해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1단, 페어링, 2단이 분리하고 3단이 성공적으로 점화된 것은 소기의 성과다”며 “이는 국내의 발사체 기술력이 상당 수준으로 축적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다”고 평가했다.

과기정통부는 발사를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 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누리호 2차 발사는 내년 5월 19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임 장관은 “정부는 오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며 “우주 강국의 꿈을 이뤄내는 날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개의 기업에서 500여명이 참여했고 누리호에 들어간 부품은 38만개 정도로 94%는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됐다”며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를 했고 최종 임무의 성공까지 9부 능선을 넘으며 성공 문턱까지 간 만큼 향후 한국형 ‘뉴 스페이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고 향후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서 명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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