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년 코난’은 이제 ‘과거소년 코난’, 영화 ‘Back To The Future’는 진짜 ‘Past’로
영화 ‘승리호’ 속 2092년 ‘스페이스 스위퍼’는 유망 직종…우주쓰레기 청소 이슈 전망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선진국이 안 하거나 따라잡을 분야에서 성과낼 것”
우주선진국이 차지한 우주산업서 ‘우주쓰레게 청소업’은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몇 년 전 한국에서 ‘신세대·구세대’ 테스트가 유행을 한 적이 있다. 어떤 특정 단어를 말했을 때 신세대와 구세대의 답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세대차이 및 공감을 위해 예능에서도 많이 다뤘었다. 예를 들어 ‘코난’은 어떤 만화의 주인공인지를 물어볼 때 ‘명탐정 코난’(일본 제목: 名探偵コナン)이라고 답하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이고 ‘미래소년 코난’(일본 제목: 未来少年コナン)이라고 말하면 올드보이(Old Boy)로 판명이 난다.

필자는 올드보이임을 커밍아웃(Coming Out)한다. 얼마 전 애니메이션 채널 ‘애니박스’를 통해 ‘미래소년 코난’의 첫 화를 다시 본 적이 있다. 1978년 NHK에서 처음으로 방영된 ‘미래소년 코난’ 1화의 첫 장면에서 밝힌 미래 배경이 2008년이니 이미 코난은 ‘과거소년 코난’이 되어버렸다.

1989년 KBS에서 처음으로 방영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영어: 2020 Space Wonder Kiddy)도 이미 과거가 됐다. 같은 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빽 투 더 퓨쳐 2’(Back To The Future Part 2) 역시 배경이 2015년 10월 21일이니 ‘Future’(미래)가 아닌 진짜 ‘Past’(과거)가 됐다. 전문가들은 사이언스 픽션(SF·Science Fiction)을 다루는 영화나 만화가 실제 현실에서 약 70% 이상 이루어졌다고 평가한다.

올해 2월 5일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 공개된 영화 ‘승리호’(SPACE SWEEPERS)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쳤었다. 이 영화는 SF 영화의 불모지라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 영화계에서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를 야심차게 표방한 작품이다. 

배경은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또 영화 제목 밑에 조그맣게 ‘스페이스 스위퍼’(우주청소부)라는 부제가 쓰여 있다. 영화가 현실이 되는 만큼 미래 시대에는 우주쓰레기 청소업이 이슈가 되지 않을까 조심히 전망을 해본다.

지난달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끝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및 미국의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미국 주도의 달 탐사) 참여로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마련된 우주 산업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열렸고 미국 주도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이 참여해 우주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18년 11월 28일 오후 4시경에 우리 독자기술로 만드는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주 엔진인 75t(톤)급 액체엔진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체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로써 한국은 상공 600~800㎞ 지구저궤도에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준의 로켓엔진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런 발사체 엔진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등 6개국뿐이다.

또 정부가 오는 10월에 발사하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인증모델을 최초로 공개하고 누리호를 쏘아 올릴 제2발사대 성능 점검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6월 1일 완전 조립된 누리호 인증모델을 제2발사대에 세우고 한달간 발사대 인증시험을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스페이스 프로젝트’(Space Project)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6일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취임 후 가진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영화 ‘승리호’에 나오는 우주 엘리베이터나 우주 태양광, 성층권 장기 체공 등 같은 미래 연구를 담당할 ‘미래혁신연구센터(가칭)’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또 오는 2050년 이후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선진국이 완전히 하지 않았거나 선진국이 연구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지금 따라가면 할 수 있는 분야를 다루려 하며 전체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일부 핵심 분야라도 성과를 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선진국이 완전히 하지 않았거나 선진국이 연구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지금 따라가면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주쓰레기 청소업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지난 5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우주개발계획의 핵심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의 기관장과 함께 심우주탐사 간담회를 가졌다. KAIST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별 1호’ 귀환, 항공우주연구원은 달착륙선, 천문연구원은 아포피스 탐사와 관련된 계획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우주 미아로 지구를 돌고 있는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2년 8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고도 1300㎞, 지구경사각 66도인 임무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한국의 우주개발 시대를 연 우리별 1호는 5년간의 공식 임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위성으로는 처음으로 우주에서 한반도 영상을 찍고, 우주 방사선 환경을 연구하는 등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별 1호는 임무 완수 후에도 7년간 더 작동하다가 2004년 지구와 교신이 완전히 끊겼다.

현재 한국이 자체적으로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우리별 1호는 이후 17년간 침묵 속에서 지구 1300㎞ 상공을 외로이 돌고 있다.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을 앞두고 국내 연구진이 우리별 1호의 ‘지구 귀환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과기정통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내년께 관련 사업이 승인되면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를 통해 수거 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별 1호를 수거해 지구에 재진입하는 게 대략적인 구상이다.

우리별 1호는 48.6㎏의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소형 위성이지만 총알보다 7배 이상 빠른 초속 7㎞로 지구를 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별 1호를 수거하는 작업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지구를 감싸고 있는 수십만개의 우주쓰레기를 해결하는 기술까지 확보하게 된다. 우리별 1호는 현역으로 근무할 때에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우주를 향한 ‘꿈’을 심어 주는 일을 했고 마지막까지도 한국 우주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며 퇴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구의 상공에는 많은 인공위성이 떠있으며 인공위성의 궤도가 꽉 차있기 때문에 수거된 우리별 1호 자리를 우주선진국의 위성이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별 1호처럼 임무를 다하고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퇴역위성’은 우주쓰레기로 분류된다.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도는 퇴역위성들은 자칫하면 다른 위성과 우주정거장, 우주선을 부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지름 1㎝짜리 우주쓰레기가 초속 10㎞로 날아와 부딪히면 대형 위성도 절반 이상이 부서진다. 

전문가들은 인공위성 파편이 사고로 번지는 영화 ‘그래비티’(Gravity)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지난 1996년 프랑스 인공위성 세리즈는 로켓 잔해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됐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첫 인공위성 피해다. 유인우주선이 부딪히면 인명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중국이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지난 4월 발사한 로켓 일부가 최근 지상에 추락하기 직전 미국과 중국 간에 ‘위험하다’, ‘문제없다’는 설전까지 벌어지는 등 우주쓰레기가 지상에 리스크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우주국은 지난 5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로봇팔 ’캐나담2‘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아래팔 부위 상단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캐나다는 이 로봇팔을 2001년부터 운영해왔다. 구멍의 크기는 길이 17.6m, 지름은 35㎝로 로봇팔 기능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주쓰레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ISS는 지난해에만 우주쓰레기 때문에 3차례 긴급 기동했다. 유럽우주국(ESA) 소속 인공위성은 2018년에만 28차례 회피 기동을 했는데 이 중 90%가 우주쓰레기 때문이었다.

NASA에 따르면 올해 기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크기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는 2만3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 미만인 우주쓰레기는 50만개, 지름 1㎜ 이상인 초미세 우주쓰레기는 1억개가 넘는다. 결국 우주쓰레기 문제는 전세계적인 이슈로 부상 중이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 간에 ‘우주인터넷’ 구축을 위한 경쟁적인 저궤도 통신위성 발사가 계속되고 있다. 또 러시아 역시 우주 패권을 두고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우주개발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경쟁에 함께하고 있다.

향후 우주선진국이 우주산업의 핵심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면 한국과 같은 우주개발 신생국은 틈새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우주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우주로 발사체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우주 청소를 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은 IT(정보기술)를 적용한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및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Big Data) 등을 바탕으로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의 작업도 가능한 몇 안 되는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영화 ‘승리호’에 등장하는 우주쓰레기 치우는 업(業)을 위한 기술 개발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미 우주선진국들은 ‘우주쓰레기 청소업’이 미래 새로운 유망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한국도 우주쓰레기 처리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여건 마련에 나섰다.

전세계적인 새로운 우주개발 트렌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주쓰레기 청소업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향후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즈니스다. 우주산업 분야에서 우주쓰레기 청소업은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