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주시대, 누리호 성공적 발사 계기 정부주도→민간주도 전환기
NASA 달유인 탐사 사업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10번째 약정국 참여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우주개발 목적 발사체의 모든 제한이 풀려
국내 우주산업 산업화 기반 마련, 한국형 우주산업 부흥 호기 맞아
KAI, 민간주도 우주산업 선도…뉴스페이스 시대 준비, 밸류체인 구축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KSLV-II)가 지난 21일 1차 발사에서 목표 고도인 700km에 도달하며 성공적인 발사를 했다. 누리호 발사를 통해 우리는 꿈에만 그려왔던 ‘K-우주시대’가 서막을 열게 됐다.

이번 발사 성공은 1990년대 초 우주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30여년, 2010년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착수한 지 약 12년 만에 올린 큰 성과다. 또 한국은 1t(톤)급 이상 실용위성을 스스로 쏘아올릴 수 있는 우주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은 누리호를 발사하기까지 많은 난관을 해쳐나가야만 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한·미 미사일 지침’(영어: Missile Guideline)이었다. 대한민국과 미국 간에 체결된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인해 한국은 탄도 미사일 개발에 규제라는 족쇄를 발목에 달게 됐다.

하지만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됐다.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마련된 우주 산업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열리게 됐다.

이에 더해 미국의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미국 주도의 달 탐사) 프로젝트 참여로 우주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정부 중심의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로 추진되던 국내 우주사업이 산업화 기반을 다지기 위한 호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한국은 뒤쳐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사거리 800km 이상의 탄도 미사일 개발 및 보유가 금지’ 조항은 우주개발의 기본인 발사체 개발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탄도 미사일에 탄두를 제거하고 위성 등의 탑재체를 올리면 발사체가 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의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고 제한된 사업으로 예산도 우주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으로 인해 지침 자체가 최종 종료되면서 우주개발 목적의 발사체에 대한 모든 제한이 풀리게 된다. 이제 값싼 고체연료를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발사체 기술은 선진국들의 전략적 자산으로 기술이전이 어렵고 부품수입도 제한돼 우리 기술력을 올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정부는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를 시작으로 민관이 협력해 발사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내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추진한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발사체 사업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사업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6800억원을 들여 한국형발사체 4기 발사를 위한 양산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추진 중인 미국의 달유인 탐사계획 사업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10번째 약정국으로 참여를 선언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년 만에 추진되는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로 국제 협력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4년 달에 우주인을 보내고 화성 및 우주진출 거점 마련을 위해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번 약정으로 다양한 우주사업 협력 과제를 발굴하고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우리나라 자체적인 위치정보 시스템 확보를 위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KPS(Korean Positioning System) 사업이 추진한다. KPS 사업은 2035년까지 3조7000억원의 예산을 들어 고도 3만600km에서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 위성 5기 등 총 8기의 위성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7번째 국가가 된다.

스페이스X(Space X), 버진갤러틱(Virgin Galactic) 등 민간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우주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며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 초대형 위성사업 추진은 국내 우주산업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새로운 우주개발 트렌드인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그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하던 우주개발사업을 민간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대표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있다. 

KAI는 아리랑 1호부터 7호까지 다목적실용위성 제작, 정지궤도복합위성, 군정찰(425) 위성 등 지난 30년간 정부의 위성 연구개발 전반에 참여하며 핵심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KAI는 우주사업 민간 이전 첫 사업인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을 참여하고 있다. KAI는 ‘차세대중형위성 1호 개발 공동 설계팀’으로 참여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기술을 이전받아 차세대 중형위성 2호부터 5호까지 전체 시스템을 총괄 주관하고 있다. KAI는 이에 발맞춰 지난해 위성의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이 가능한 국내 최초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대형부터 초소형 위성까지 다양한 위성을 동시 제작할 수 있는 양산 인프라도 구축했다.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지난 21일 진행한 ‘누리호 1차 발사 현장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최양수

또 KAI는 지난 21일 시험 발사한 누리호의 1단 탱크 제작과 총조립을 주관했다. 발사체의 핵심구성품인 1단 탱크는 추진제 탱크와 산화제 탱크로 구성됐으며 지름 3.5m 크기의 중형급을 국내에서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1단 탱크 제작 기술은 발사체의 핵심기술로 우주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제한하는 분야이다. KAI는 민항기 구조물 제작 등 세계적 수준의 항공기 제작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개발과 시행착오 끝에 1단 탱크 국산화 개발에 성공했다. KAI는 내년 입찰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 주관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K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오는 2024년 누리호를 통해 발사될 예정이다. 

KAI는 제조를 벗어나 서비스까지 우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AI는 우주사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팀(TFT·Task Force Team)’를 출범하고 운영해 제조-운영-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 구축에 나섰다. 

카이스트와 항공우주기술연구센터 설립 및 소형위성 공동연구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체결하는 등 전략적 산학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또 최근 영상분석 전문업체 지분 투자를 통해 위성 영상분석 서비스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7월 4호의 발사 서비스 업체로 미국의 스페이스X 선정하고 아시아 시장에 대한 추가 협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블루오리진과도 협력을 논의는 등 민간차원의 국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KAI는 향후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화를 위해 저궤도 소형위성, 발사 서비스, 위성 정보, 영상분석 등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뉴스페이스 시대의 글로벌 키플레이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민간 주도의 우주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내 우주산업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하루아침에 우주산업이 자리 잡고 수익을 창출하며 경제적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10년 이상의 철저한 준비를 거처 우주 생태계를 꽃피웠다고 한다. 민간업체들이 안정적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우주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민·관의 긴밀한 협력과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대한민국의 먹거리 산업인 우주산업의 부흥기가 찾아온 만큼 향후 KAI 등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차지하는 자리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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