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연휴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추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추석  귀성 차량 모습.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이번 추석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연휴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추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추석  귀성 차량 모습.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설·추석 명절이 즐겁고 행복한 날이어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명절 날 한두 시간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서로 떠나기 바쁘다. 함께 즐길 마땅한 놀이도 없을 뿐더러 함께 있는 게 서먹할 뿐이다. 모처럼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지만 의무감에 참석하는 듯한 명절 차례행사 때문에 피곤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 느끼는 부담감과 피로감은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설·추석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절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며 ‘명절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민소통 공간에도 명절에 대한 이러한 생각들은 등장한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명절을 폐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설을 앞두고 ‘제사를 없애 달라’ ‘명절 연휴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있었는데, 이번 추석을 앞두고도 이런 청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명절 증후군’과 함께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 때문이다. 

‘민족 대이동’으로 대변되는 추석이 코로나19 확산의 화약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귀성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다가 뜻하지 않게 코로나를 옮길 수 있다는 걱정에 고민이 많다. 고3 수험생이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의 고민은 더 깊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해지면서 혼자 상상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2주간 전 국민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순번을 정해 진단검사를 받는다면 코로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담대한 상상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최근 한 생물학 박사가 쓴 일간지 칼럼에서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찾을 수 있었다. 

‘2주가 너무 길면 1주일만 해도 좋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개 사흘이면 본색을 드러낸다. 정부가 지정하는 필수 요원만 남고 전 국민이 1주일만 완벽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면 바이러스의 대이동은 일단 막을 수 있다. (중략) ‘천만 시민 멈춤 주간’을 서울시 혼자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5천만 국민이 모두 동참해야 한다. 추석이라는 시한폭탄이 재깍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최재천 교수 칼럼)

이번 추석은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연휴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추석’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어떤 지인은 “차라리 정부에서 이동제한 조치를 내려서 가족이나 친척 간에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속마음을 내비친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명절 날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고향을 찾았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조상들도 이런 후손들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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