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는 유명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도서관 바캉스’를 떠나보자. 며칠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정신적 휴식을 취하고 상상력을 재충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이번 여름에는 유명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도서관 바캉스’를 떠나보자. 며칠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정신적 휴식을 취하고 상상력을 재충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하루에 세 끼를 먹으면 배가 부르지만 하루에 세 번 책을 읽으면 현명해진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의 이 말은 독서의 필요성과 그 효용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작가의 정신적 가치에 참여하는 일이고, 인류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일이다.  

공공도서관들이 코로나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이제 부분 운영을 하고 있다. 유리 칸막이를 설치하고, 일정 거리 이상 띄우고 자리를 배치했으며, 매시간 책상을 닦고 반납한 책을 소독한다. 출입 인원도 적절하게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지역민을 받아주려는 도서관이 왠지 대견스럽다.

도서관에는 전원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박스가 있으며, 널찍하고 깨끗한 책상이 수십 석이나 있다. 햇빛 잘 드는 창가에서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고 글을 쓰다 자료가 필요하면 인터넷을 검색해도 좋다. 

요즘 같은 한여름 더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책장을 넘기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자료실을 누비며 이 책 저 책을 뽑아 보기도 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머리를 식힌다. 

도서관에 진열돼 있는 책은 인류의 지식과 경험이 누적된 최고의 보물이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책이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비용 대비 효용가치는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 내 삶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 삶의 모든 지혜와 혜안이 그 속에 녹아 있다. 

한 권의 책에는 저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조사하고 고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니 책은 작가의 ‘작은 뇌’라고 해도 되겠다. 작은 뇌들은 독서를 통해 우리의 뇌와 연결된다. 작은 뇌는 증식하고 서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불러일으킨다. 그에 따른 결과물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중동 사막을 황금 밭으로 만든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시인의 마음으로 국가를 경영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시와 함께 자랐으며, 시를 통해 영감과 상상력을 얻었다고 한다.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 허브로 바꾼 원동력이다. 

세계 지도자 중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 손꼽히는 모택동은 눈이 나빠지자 책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해서 책을 읽었을 정도라고 한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한 달에 한 권씩 책 읽기를 권장하고, 책을 읽은 학생에게 작은 테스트를 거쳐 2달러씩 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자녀교육으로 소문난 유대인의 가정교육은 유아기부터 책 읽기와 책 선물이 특징이다.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 합격자의 20~40%,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40%가 유대인이라는 점은 청소년기의 독서습관에 따른 창의력·상상력 덕분이다.

독서를 사랑한 세종대왕은 임금이 된 지 8년째 되던 해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를 만든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정 기간 업무의 부담을 갖지 않고 독서할 수 있도록 휴가를 내려준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신하이고 학자라도 몇 년 동안 업무에 몰두하다 보면 제대로 책 읽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은 독서의 중요성을 알고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훌륭한 임금이었다. 

올해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개인에게 여름휴가를 분산하고 인구밀집지역을 피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러니 이번 여름에는 유명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도서관 바캉스’를 떠나보자. 며칠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상상력을 재충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도서관에는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선인들이 아프게 고민한 삶의 궤적들이 우리를 깨우쳐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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