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낙찰가인 4301억원에 28㎓ 대역 주파수 최종 낙찰
3년 안에 기지국 장비 6000대 구축해야…설치에만 최소 1800억원 투입될 듯
‘승자의 저주’ 가능성 속 ‘에디슨모터스 시즌2’ 우려…재무 건전성 해소 관건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G 28㎓ 주파수 대역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스테이지엑스)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알뜰폰(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er·이동 통신 재 판매사업) 업체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규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스테이지엑스가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IMT-2020) 28㎓(기가헤르츠·GigaHertz) 주파수 대역 경매에서 최종 낙찰되면서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5세대 이동통신(5G) 28㎓ 주파수 대역 5일 차 경매를 마친 뒤 스테이지엑스가 해당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았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50라운드 다중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의 1단계 경매와 밀봉입찰 방식의 2단계 경매를 거쳐 미래모바일 주도의 컨소시엄 마이모바일을 누르고 5G 28㎓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이를 통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대표적인 이동통신 3사(社) 구도가 형성된 지난 2002년 이후 22년 만에 이동통신 4사 시대가 열리게 됐다.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이동통신 3사 체제로 인해 국내 통신시장의 독과점 시스템이 고착됐었다.

이후 2010년 정부가 처음 제4이동통신사 선정에 나섰다. 결국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5월부로 정부에 5G 28㎓ 대역 주파수를 모두 반납했다. 정부는 통신 경쟁을 촉진하고 28㎓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가 반납한 대역 중 일부를 기존 3사 외에 신규사업자에게 할당하기로 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같은해 7월 20일 밀리미터파인 26.5~27.3㎓ 대역(800㎒폭,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폭) 주파수를 경매로 할당하기로 공고한 후 11월 20일부터 12월 19일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을 접수를 받아 12월 19일 이동통신(IMT)용 주파수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는 법인(세종텔레콤주식회사, (가칭)주식회사스테이지엑스, (가칭)주식회사마이모바일)이 주파수 할당을 신청하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정부도 28㎓ 대역 주파수 활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되는 것을 의식해 앵커 주파수 700㎒ 대역 20㎒ 폭을 더한 ‘원 플러스 원’으로 공을 들였다. 여기에 더해 2018년 주파수 경매 당시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6000대로 크게 줄였고 주파수 할당 최저경쟁가격도 740억원으로 낮췄다. 이와 함께 주파수 할당 신청 적격여부 검토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달 25일 경매 첫 날 세종텔레콤이 중도 포기하면서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의 양자 대결 구도가 전개됐다. 

둘째 날부터 5일차 경매가 진행된 31일까지 예정된 1단계 다중라운드 오름 입찰 50라운드까지 모두 진행했지만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결국 이날 오후 7시부터 2단계 밀봉입찰을 진행했고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됐다.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 사진=연합뉴스
스테이지엑스 한윤제 입찰대리인. 사진=연합뉴스

스테이지엑스는 혁신적 요금제와 서비스를 보급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테이지엑스는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의 리얼 5G 서비스 구현을 위해 28㎓ 핫스팟과 더불어, 클라우드 코어망과 기존 통신3사 네트워크를 이용한 로밍을 통해 전국을 커버하는 5G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국내 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불어넣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입찰로 인한 재무 건전성의 악화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파수 경매가 지나치게 과열 현상을 보이면서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변해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지나치게 높아져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스테이지엑스는 4301억원을 적어내 마이모바일을 제치고 해당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았다. 

당초 업계에선 1000억원 안팎에서 낙찰금액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4일차에 1900억원을 돌파하며 과열 양상으로 흘러갔다. 주파수 가격은 시초가의 6배까지 뛰었고 결국 이번 사업자 선정을 위해 2018년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낙찰가인 2000억원보다 2배 이상 제시하게 된 것이다.

또 스테이지엑스는 할당일로부터 3년 차까지 전국에 기지국 총 6000대를 의무적으로 구축하고 주파수 혼·간섭 회피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5G 28㎓ 기지국 1대당 2000만~3000만원인 데다 추가 필수 설비도 필요하다. 중간 금액인 2500만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1500억원이 된다. 단순 계산 시 초기 비용만 최소 6000억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5G 28㎓ 대역 주파수의 낮은 사업성과 불투명한 수익화 방안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8㎓ 주파수 대역은 초고속·저지연 5G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도달하는 회절성이 약해 기지국을 많이 세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통신 3사가 기지국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해당 주파수를 반납한 것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알뜰폰 시장도 단통법 폐지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가 막강한 마케팅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동통신 3사에 대항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동통신 3사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저가 마케팅에 돌입할 경우 알뜰폰 업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업계의 시선은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스테이지엑스 측의 재정 능력으로 향하고 있다. 자본 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회사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예상보다 큰 출혈이 생긴 스테이지엑스는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로 참여해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신규 사업자가 할당기준을 이행할 경우 추가 주파수 할당 등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에서는 신규 이통사업자에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까지 약속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다음 주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테이지엑스 차기 대표 등 임원진과 제4이통사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가 향후 자금조달, 인프라 구축, 수익화 등 수많은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재무 건전성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4000억원대의 너무 높은 낙찰가까지 떠안게 됐다”며 “다소 충격적이고 이로 인해 먹튀의 우려가 크다. 이미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먹튀 사건의 ‘에디슨모터스 시즌2’가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자의 저주’를 이겨내고 국내 통신시장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선 스테이지엑스가 재무 건전성 우려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일지. 사진=연합뉴스
제4이동통신사 선정 일지. 사진=연합뉴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